핵심구절: 아가서 8:6–7 하나님의 사랑에 다시 뜨거워질 때입니다
많은 성도에게 아가서는 낯설고 난해한 책입니다. 남녀 간의 연애 감정을 노래하는 듯 보이는 그 내용을 두고 어떤 학자들은 ‘굳이 성경에 포함될 필요가 있는가’라며 의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대 유대 전통 안에서 아가서는 성경의 지성소에 비유될 만큼 깊은 신비를 담고 있는 책으로 여겨졌습니다. 아가서는 ‘노래 중의 노래(Song of Songs)’, 즉 최고의 사랑 노래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과 그 백성 사이, 곧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사랑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아가서를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과 그분의 사랑을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하나님의 창조사역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아가서는 창조사역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창세기1장 26–27절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창조 세계를 다스릴 책임을 맡기셨음을 밝힙니다. 이 구절은 이른바 ‘문화명령’으로, 인간이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원리와 가치에 따라 살아가야 함을 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단지 구원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며 살아가는 삶입니다. 아가서는 바로 이 ‘삶의 질서’ 속에서 부부의 사랑을 다루며, 창조의 본래 아름다움을 되살리는 데 주목하게 합니다.
둘째, 이원론을 넘어서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 안에는 영과 육, 교회와 세상을 이원적으로 나누는 시각이 만연해 있습니다. 영적인 것은 거룩하고 육적인 것은 덜 중요하다는 편견은 하나님의 뜻과는 거리가 멉니다. 성경은 육적인 영역, 가정과 일터, 문화와 사회도 하나님이 관심 가지시는 영역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요3:16)하셨습니다. 교회만이 아니라, 하나님은 세상 전체를 사랑하십니다. 성도는 교회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안에서도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부부관계, 자녀양육, 직장생활 또한 영적인 영역입니다. 아가서는 이처럼 일상의 사랑이 하나님의 시선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셋째, 아가서는 남녀의 사랑을 믿음의 영역으로 보여줍니다
아가서가 말하는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집중’과 ‘선택’이라는 본질을 가집니다. 사랑은 다수를 향하지 않고 한 사람을 향해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부관계는 단순한 감정보다 더 깊은 믿음의 실천이 요구됩니다. 사랑은 처음의 감정으로만 유지되지 않습니다. 기다려주고, 용납하고, 존중하고, 헌신하는 지속적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남편과 아내로서 서로에게 집중하며 선택하는 그 마음이 사랑입니다. 아가서는 이러한 사랑의 과정, 즉 질투, 기다림, 오해, 회복의 전 과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사랑의 실제를 가르쳐 줍니다.
넷째, 부부관계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비추어 봅니다
아가서는 궁극적으로 부부관계를 통해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돌아보게 합니다. 배우자가 배우자에게 가장 근원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순결이듯,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우리가 그분 앞에 순결해지는 것입니다. 아가서에서 솔로몬이 여인에게 계속해서 집중하는 모습처럼, 하나님은 지금도 한 영혼 한 영혼에게 집중하고 계시며, 우리가 그분께 다시 집중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사랑은 단순히 충성이나 의무감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에는 충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설렘과 따뜻함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이 결단과 의무가 되어버렸다면, 어쩌면 우리는 아가서가 담고 있는 그 가슴 뛰는 사랑의 감정을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억지로 짜내듯 드리는 봉사나 헌신이 아니라 순수한 사랑의 마음으로 그분께 나아가기를 원하십니다. 아가서를 읽으면서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첫사랑, 그 설렘과 감격이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권오규 목사
인천노회 노회장
계산제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