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오선지 위의 도돌이표와 같다. 비슷한 상황과 유사한 양식으로 반복되는 것이 인간의 인생이다. 대다수 사람은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고 전진하다가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포기하고 좌절하고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밤하늘에 반짝이는 반딧불과도 같은 ‘희망’이라는 선물을 받게 되면 다시 일어서서 살아갈 용기를 품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캄캄한 절망이 우리를 가로막고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는 것 같은 좌절에 빠져있을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희망이다. 왜냐하면 인생은 희망을 먹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루 세 끼의 밥이 육신의 양식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희망은 성공과 행복을 주는 영혼의 양식이다.
독일의 위대한 작가 괴테는 희망에 관해 설명하면서 “인생의 운명은 종종 추운 겨울에 옷 하나 걸치지 않고 벌거벗고 서 있는 나무와 같이 보인다. 그 황량한 겉모습만 본다면 굳어 버린 거지들이 봄이 오면 다시 푸르게 잎을 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각종 열매를 맺으리라고 생각하기 어려우나 그렇게 될 것을 알고 희망을 품고 기다리는 것과 같이 인생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에 차서 살아가는 것에 그 존재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괴테의 대표적인 작품 ‘파우스트’에서 노년의 파우스트는 자신이 개간한 땅에서 백성들이 농사를 짓고 수확하는 기쁨을 누리는 행복한 상상을 하던 중에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친다. 그 외침으로 메피스토와의 내기는 끝이 난다. 삶을 무너뜨리려는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고 승리한 파우스트의 영혼을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천국으로 인도한다. 파우스트의 승리 비결은 결국 강력한 의지와 깊고 넓은 희망 때문이었다.
‘파우스트’는 괴테의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풀어갈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1부는 생전에 출간할 수 있었으나, 2부는 당대에는 인정받기 힘들 것을 알고 장롱 속에 넣어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는 우리의 삶을 파멸시키려는 악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희망의 내용을 인류에게 남기기 위해서 ‘파우스트’를 장롱 속에서 꺼내었다. 괴테는 어두컴컴한 절망, 어려움, 고난, 가난, 실패, 아픔, 벼랑에서도 희망을 품고 ‘파우스트’를 끝까지 집필하고 82세에 완성해 작품을 통해 인류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는 83세에 아름답고 무궁무진한 희망과 용기를 인류에게 남겨 둔 채 삶을 마감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존재에 미치는 희망의 가치였다. 니체는 괴테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기를 ‘괴테의 파우스트는 비할 데 없는 태양과 같은 희망이 담긴 책’이라고 했다.
인생의 존재 가치를 위해서는 희망이라는 정신적이고 지성적인 양식이 필요하다. 사람은 영과 육의 모든 양식이 있어야만 참다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사람에게 희망이 없다면 삶의 의미는 전혀 없다. 독일의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였다. 그는 지구상에 살아가는 인생을 불행하고 비참한 존재들로 보았다. 그러나 그는 절망과 고통을 논하면서도 삶을 완전히 부정한 것은 아니었기에 클래식을 들으면서 독서와 명상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한 만큼 삶을 희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은 돈도, 명예도 권력과 지위도 아닌, 불꽃처럼 타오르는 희망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희망은 고통과 고난 속에 허우적거리는 우리에게 한 줄기 깊은 빛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런 희망을 말하기 전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숨을 쉬며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삶을 살고 있다면 희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