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큐호텔 맞은편 남대문 시장 입구에서 내려 아내를 기다렸다. 오늘은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다. 괜찮은 곳에 가서 점심 식사라도 함께 해야겠다. 아내가 의아해하면서도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달려온다.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고 시장 구경을 했다. 삶의 활기가 넘친다. 안경을 맞추고 일식집으로 향했다. 아내는 자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고, 주방장에게 소금 간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이르고 또 다른 입맛 날 찬을 요청하기 바쁘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그저 내 식사 걱정뿐이다. 맛있는 점심이었다. 그러나 밥보다는 아내와 함께 하는 점심의 추억이 내겐 더 필요했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이것이 아내와 하는 마지막 외식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것은 드러내지 않고 혼자 감추는 생각이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을 감추고 있을까? 점심 후 손을 잡고 북창동 거리를 한가로이 걸으며 노점상에서 괜찮은 넥타이도 몇 개 골랐다. 죽음의 위협 앞에 있는 사람들이 죽음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쇼핑했다. 그런 우리를 보고 노점상 아저씨가 남매처럼 닮았다고 한마디 던진다. 마주 바라보았다. 정말 닮은 것 같다. 의당 닮아 가겠지. 이런 고난의 길을 걸으며 함께 맞는 비바람이 우리를 더 많이 닮아 가게 하겠지…. 아내는 미소 짓고 있지만 미소 속에는 슬픔이 배어 있다.
며칠 후 주치의에게 다시 외출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안경을 찾아 오겠다고 했다. 나를 보고 짓는 웃음이 야릇하다. 아내더러 찾아오라고 해도 될 일이지만 병실이 너무 갑갑해 힘은 좀 들어도 내가 나서는 편이 오히려 좋다. 안경을 찾아와 쓰고 주치의에게 너스레를 떨며 물었다. “이 안경, 괜찮아요?” 주치의가 말했다. “멋진 안경을 하셨네요. 그러시느라 두 번씩이나 외출하셨군요?”
나의 소원대로 나는 이때 맞춘 안경을 백내장 수술을 받기 전까지 사용했다. 백내장 수술을 한 뒤로는 도수가 맞지 않아 새 안경을 해야 했지만 나는 아직도 추억이 얽힌 그 안경을 보관하고 있다.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