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는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성인이 되면 자립하여 살아가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립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농인의 경우는 고등학교 또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가? 2018년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직업 수는 12,145개에 이른다. 이 12,145개는 본직업과 관련 직업만을 더한 숫자로, 유사직업까지 합하면 직업명 수는 16,442개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직업 중에서 농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이론적으로는 대부분의 직업을 농인이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고용주의 입장에서 볼 때 농인에 대한 인식과 그들의 능력에 대한 검증에 확신이 없는 경우는 취업할 수 있는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일자리를 내어 주기가 쉽지 않다.
뚜렷한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경우 길거리에 노점상으로 나가기도 하고, 호떡을 파는 일로부터 열심히 공부하여 교수가 된 농인들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농인들이 자신의 삶을 나름대로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소리 없이 직업을 유지하는데 있어 위험한 일도 많다.
예를 들면 목공일을 하는데 기계톱 돌아가는 소리를 듣지 못하여 손가락이 절단된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소리가 없어 지루한 일을 농인이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직종도 있다. 서울시 공무원 중 CCTV 감시원으로 입사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며 향후 농인에게 적합한 직종을 개발하여 그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디지틀조선일보 기사 중 선호하는 직업 10위를 보면 25%가 ‘공무원’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서 ‘교사’ 12%, ‘의사’ 8%, ‘자영업’과 ‘회사원’이 각각 4%, ‘연예인’과 ‘변호사’, ‘검사’가 각각 3%, ‘대학교수’와 ‘사업가’, ‘기업인’이 각각 2% 순으로 10위 안에 들었다. 이 중에 법률적인 문제로 취업이 어려운 직종은 의사이나 이러한 문제도 외국처럼 허용 하여 실력이 있어 시험에 합격하면 면허증을 주어야 마땅할 것이며 다른 직종도 열심히 공부하여 많은 농인들이 선호하는 직종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을 보다 넓게 개방해야 할 것이다. 한때 농인들이 종교이나 교사를 선호하였으나 일정 기간 후에는 이 직종에도 열심을 내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목사의 수가 늘어나고 또 목회자 중 말년에 목회 활동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 목회자들이 목회를 중단하기도 하여 농인들이 목회가 쉽지 않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으며 목사를 지망하는 농인들의 수가 상당히 줄어들게 되었다. 예전에 목공, 인쇄 등을 학교 직업훈련 시간에 가르쳤으나 요즈음은 디자인, 컴퓨터그래픽 등 시각적인 면을 고려한 직업 훈련이 많이 되고 있으며 운동을 잘하는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기도 하고 체육지도자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예전에 비해 다양한 직업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직종이 많으며 또 대우에 있어서도 그리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그간 하던 일도 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맹인들과 농인들의 경제 상황을 보면 맹인이 훨씬 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의사소통의 문제가 직업을 선택하고 취업을 용이하게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