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 4만 5천 원의 행복

Google+ LinkedIn Katalk +

나는 물질에 대해 늘 두려움을 갖고 산다. 물질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질을 사용할 때마다 하나님이 기뻐하실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남들의 눈에는 왜 저렇게 살까 의아해 보일 때도 있다. 저 정도 물질을 가졌으면 좀 누리고 살아도 될 텐데 왜 저리 궁상스럽게 살까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나를 위해 좀 과하게 쓰면 만족스럽거나 기쁘다기보다 그 자체가 고통스럽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다이소를 즐겨 찾고, 뉴질랜드에서는 Two dollars shop을 즐겨 찾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이렇게 사는 것이 내 삶의 패턴이고 즐겁기 때문이다. 내가 절제하면 그 돈으로 한 명이라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니 더욱 기쁘다. 

이런 나의 삶을 늘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내 아내이다. 내 모습이 때로는 불쌍하게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때로는 좀 괜찮은 옷을 사 입히려고 애를 쓰지만 늘 실패하고 만다. 한번은 겨울에 집회차 한국에 나간 적이 있다. 추운 날씨에 변변한 외투가 없어 처제 집에 옷을 빌려 입고 다니곤 했다. 하루는 보다 못한 아내가 강권적으로 나를 끌고 동네 AK 백화점으로 데려갔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남이 보는 눈도 있으니 제대로 된 겨울 코트를 하나 사라는 것이다.

간청을 하는 아내의 제안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 한 코트 매장에서 적당한 것을 골랐다. 언뜻 가격을 보니 4만 5천 원이라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사기로 했다. 그런데 계산을 하려고 보니 45만 원이었다. 기가 찼다. 무슨 옷 한 벌을 45만 원을 주고 사냐고 화를 내고 나와 버렸다. 아내가 따라 나오며 한 말이다.

“평생 거지처럼 살다 가슈!”

다음 날 아침에 동네 인근에 있는 광림기도원에 기도하러 갔다. 시간만 나면 늘 가는 곳이라 그 주변 지역은 익숙했다. 그날 기도를 마치고 차를 몰고 내려오는데 내가 종종 저렴하게 옷을 사입는 파크랜드 매장에 재고정리 하는 옷들이 쭉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옷 하나가 내 눈에 확 들어왔다. 바로 어제 사지 못한 겨울 코트였다. 급히 차를 세우고 가서 입어 보았다. 어제 본 옷과 같은 검은색 코트였다. 탈부착하는 모자까지 달려있어 어제 본 제품보다 훨씬 나았다. 가격은 4만 5천 원이었다. 

이렇게 필요를 채워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했다. ‘할렐루야’를 외치며 그 옷을 입고 아내에게 나타났다. 아내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좋은 옷을 어디에서 샀냐고.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보시오, 하나님이 다 준비해 주시잖아요.”

차액 ‘40만 5천 원.’ 가슴이 뭉클했다. 이 돈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참 행복한 날이었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