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父父子子, 兄兄弟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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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정치나 사회의 기본을 정명(正名)사상으로 설명했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 兄兄,弟弟”(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다워야 한다)를 강조한 것이다. 여기서 ‘-답다’(사명 지향)는 것은 그 이름과 직분에 합당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직책에 기대하는 바가 있는데 그것을 성실히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인간은 본시 ‘답다’보다는 ‘싶다’(욕망 지향)쪽으로 행동하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섰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잠들면 더 자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처럼 원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인간은 동물과 별 차이가 없게 된다. 동물들은 ‘답다’보다 ‘싶다’에 따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선 본능적 욕구를 조정, 극복, 저항하면서 응당 되어야 할 사람, 행해야 할 도리(윤리)를 실천해야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되기’ 훈련과 연습을 할 수 있는 최초의 교육 장소가 바로 가정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집안 곳곳에 “子孝雙親樂/家和萬事成”(자녀들이 효도하면 부모가 즐겁고,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가 형통한다)란 글귀를 붙여놓고 가정교육의 지표로 삼았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언니와 아우 간 기초적 인간관계에서 모든 사회생활의 기본을 익혀야 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형성되고 다듬어지는 곳이 가정이라는 뜻이다. 가정은 못자리 판이다. 최초의 인간이 인간으로서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을 연습해 보는 못자리 판이다. 인간 도리를 연습하는 인큐베이터다. 성경을 보아도 창세기 50장의 내용이 인류 보편역사(창 1-11장)를 지난 후엔 4대 가정 역사(아브라함 가정-이삭 가정-야곱 가정-요셉 가정)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 교육의 기본을 다룬 <명심보감>에도 가정교육의 중요 내용인 “효행편”, “훈자편”, “치가편”, “부행편”(婦行篇)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해 보겠다. ①부모님의 은혜는 하늘보다 넓다. 시전(詩傳)에는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슬프고 슬프도다. 어버이시여,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고 애쓰셨다. 그 깊은 은혜를 갚고자 해도 넓은 하늘과 같이 끝이 없구나.” ②효도는 살아계실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자의 가르침은 ‘어버이를 섬길 때 기거에는 공경함을 다하고, 섬길 때는 즐거움을 다하며, 병들었을 때는 근심을 다하고, 돌아가셨을 때엔 슬픔을 다하며 제사를 지낼 때엔 엄숙함을 다하라’는 것이다. ③부모가 집에 계실 때엔 멀리 떠나서 놀지 말 것이며 항상 소재지를 알리고 놀아야 한다. ④아버지가 부르시면 신속히 대답하여 거스르지 말고,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엔 곧 이를 뱉고 대답해야 한다. ⑤왕대밭에 왕대 나고 쫄대밭에 쫄대 난다는 말처럼 효자 가문에서 효자가 태어난다. 우리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보고 자란 자녀들이 이후에 나에게 효도하는 것이다.(種豆得豆) ⑥우리가 부모에게 거역하고 어긋나게 살면 우리 자녀도 우리에게 똑같이 거역하고 어긋나게 살 것이다. 

어느 사형수가 어린 딸의 손목을 쥔 채 흐느꼈다. 아버지는 다음날 새벽 종소리가 울리면 교수형을 받게 되어 있었다. 소녀는 종지기 노인을 찾아갔다. “할아버지, 내일 아침 새벽종을 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종을 치시면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돼요.” 소녀가 슬피 울자 할아버지도 함께 울었다. “얘야, 미안하구나. 그러나 만약 종을 치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된단다.” 다음날 새벽 종지기 노인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종탑 밑으로 갔다. 그리고 머뭇거리다 종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리 종 줄을 당겨도 종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때 사형집행관이 달려와서 독촉을 했다. “시간이 다 되었는데 왜 종을 치지 않나요? 모두들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종지기 노인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무리 줄을 당겨도 종이 안 울립니다.” 두 사람은 급히 계단을 밟아 종탑 위로 올라가 봤다. 종의 추에는 가엾게도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는 소녀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그의 몸이 종에 부딪혀 소리가 나지 않게 했던 것이다. 나라에서는 아버지의 목숨을 대신해 죽은 이 소녀의 지극한 효성에 감동해 그 사형수의 형벌을 면제해주었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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