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출생 고령화사회, 지방소멸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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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진행된 ‘저출생 고령화’와 준비부족으로 우리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있다. 1인 가구, 2인 가구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고령화의 속도가 어느 선진국보다도 빠르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고 지난달 행정안전부가 공식 인증했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2017년 고령사회가 된 지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것이다. UN 세계 인구 자료에 따르면, 2050년 한국은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고령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의가 바뀐다는 것, 인생 주기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기저귀가 급부상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되므로. 국내 성인용 기저귀 공급량은 이미 유아용 기저귀를 뛰어넘었다. 매출은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 출산율이 급격히 줄자 기저귀 업체마다 성인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때마침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성인용 기저귀 제품 평가 결과를 내놨다. 관계자는 “소비자 관심도 설문 결과 성인용 기저귀가 높은 순위를 차지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필요성 증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가정이 사라진다’고들 한다. 미래학자들도 21세기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가정에서 일어날 것이라 예측했었다. 일본에서 아기용 기저귀보다 성인용 기저귀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는 뉴스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우리나라 노인인구 1천만 명 시대에 이웃나라 얘기가 아니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인구 중 추정 치매환자 수는 무려 100만 명에 달했고 일본은 이미 600만 명의 치매환자가 있는 ‘치매대국’이다. 치매는 한 가정문제가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성경 창세기에 보면 ‘야곱이 바로에게 고하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나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라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쉬지 못하고 일하면서 빈곤에 시달리는 OECD 노인최빈국의 노인들은 누구인가? 우리나라 노인세대는 전 생애를 통해 사회·역사적인 혼란을 경험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고 가족과 국가경제를 위해 희생해온 세대이다. 

노인세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과 보릿고개를 겪고 왔다. 굴곡진 삶을 헤치고 걸어온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부모님들이 건너온 세월의 강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1개가 불에 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표현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노인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을 먼저 지나왔다. 앞으로 겪어야 할 삶이 어떠할지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고 설파했다.

로마 정치가 키케로는 ‘노년론’에서 “큰일은 육체의 힘이나 재빠름이 아니라 사려 깊음과 판단력에 의해 이뤄진다”며 노년의 장점을 강조했다.

저출생 고령화사회의 진입으로 지방소멸이 현실화하는 현상들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신입생 부족으로 초등학교가 폐교되고 있다는 뉴스는 흔하게 들린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가 다닌 면소재지 초등학교는 60년대 1천 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50명도 미달 한단다. 그것도 시내 학생들이 전학와서 유지된다고 한다. 인근 중학교도 통폐합으로 몇 년 전 문을 닫았다. 폐교활용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는데 지역주민들에게 활용하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요양센터 등 시설로 쓰면 지역주민들 접근성도 좋아질 것이다.

필자는 요즘 EBS 「한국기행」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20분 남짓 방영시간이고 사라져가는 시골의 정겨움을 방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잊혀진 추억을 소환할 수 있어 종종 유튜브에서도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KBS의 「동행」도 즐겨 본다.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의 어렵고 불우한 환경의 자녀들이 티없이 밝고 맑게 자라는 모습들과 투병중인 가정이거나 조손가정에서 효성이 지극하다. 열심히 자라나는 청소년 휴먼드라마는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하고 사회의 온정의 손길들은 우리사회가 아직 온기가 가득함을 느낀다. 사회온정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보답하겠다고 다짐하는 그들에게서 미래 희망을 본다.

오두막 아궁이 황토방에 오늘도 아궁이 군불을 지피며 가난했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인고의 삶을 견디셨던 앞서가신 분들을 떠올려 본다. 초가집 이었던 우리 집은 가난했지만 화목하고 정겹게 3대 11식구가 한집에서 방안 웃목 물그릇이 얼고 방문 문고리가 손에 붙는 한겨울을 보낸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이번 설날에도 오래전 교통사고로 투병과 재활치료로 고향에 못 온다는 동생이  회복되어 봄날에는 재회의 기쁨을 나누길 고대한다.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이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오리 남촌서 남풍불 때 나는 좋대나.”

– 남촌(산 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작시 김규환 작곡

조상인 장로

<안동 지내교회, 고암경제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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