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산과 들에 봄꽃이 가득한 4월 마지막 월요일에 고향 동산에 묻혀 계신 부모님 산소를 다녀오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몇 곳을 둘러보는 중에 지금 우리 가족이 섬기는 교회의 주보를 보게 되었다. 이 교회는 1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로 소속 노회의 어머니교회 같은 교회이며 필자의 고향교회의 뿌리 교회이기도 하다. 이 교회 주보에 교역자가 담임목사 한 분밖에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 교회가 이렇게 약해졌단 말인가?’, ‘이것이 무슨 일인가?’ 궁금증이 생겨 알아보니 7개월째 부목사님 청빙을 위해 애쓰고 있으나 아직 청빙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극히 일부 교회를 제외하고 전국 교회들이 부교역자 청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농어촌 지역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교회는 면 소재지에 있지만 주일예배 장년 출석이 300명 가까운 교회인데 담임목사 한 사람이 모든 사역을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는 지난 연말 부교역자 청빙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우리 교단의 지역 중심이 되는 한 지도자는 서울 등 대도시 교회의 교역자 추천 의뢰에 응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우리 지역도 교역자 수급이 안되어서 난리인데 어떻게 추천해서 보낼 수 있겠어요?” 그러면서 “지역의 교역자를 타지로 보내는 것은 ‘지역인재 유출’입니다”라고 했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서울로 올라오면서 떠오르는 생각인데, 아직은 나 혼자만의 아이디어이니 터무니없는 제안일 수도 있지만 용기를 내어 공유해 본다. 위의 사례와 같이 교역자 청빙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 교회들을 대상으로 (가칭)귀촌선교사를 파송하자는 것이다. 도회지나 농어촌의 자립대상교회를 향해 동반성장 차원에서 선교비를 보내는 일도 필요하겠으나, 담임목사 혼자서는 감당이 어려운 읍·면소재지 교회를 대상으로 도시 대형교회가 앞장서서 부교역자로 사역할 목회자를 선교사로 파송해 보면 어떨까. 파송교회는 그분을 선교사로 예우하고, 현지 교회는 교회 규정에 따라 목회자 예우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면 이중 급여 아닌가?’ 하는 이의가 제기될 수도 있으나 목회자들이 받는 이런 사례금은 우리 사회 기준으로 보면 결코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닐 것이다.
최근 창립 100주년을 맞은 시골 어느 교회가 교회 설립 당시 핵심인물들의 후손 신앙계보를 가문마다 5대까지 정리해 발간한 책자를 보았다. 100년 전 믿음의 선진들의 후손들이 본 교회뿐만 아니라 전국 다양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의미 있게 보았다. 대도시 유수한 교회들의 수많은 직분자들과 성도들의 뿌리는 거의 다수가 농어촌 교회일 것이다. 그런데 그 농어촌교회들이 지금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그 농어촌교회들의 모교회격인 지역 거점 교회들도 위기 앞에 놓여 있는바 대도시의 힘있는 교회들과 뜻을 가진 교회들은 농어촌 지역 거점 교회들의 어려움을 돌아보면 좋겠다.
만일 대도시 교회가 (가칭)귀촌선교사를 선발해 파송한다면 이에 응할 젊은 목회자들이 더러 있을 수도 있다고 기대해 본다. 30대~40대초반 젊은 목회자들에게는 유치원~중학교 정도까지의 자녀들이 대부분일 텐데, 이 자녀들을 도회지의 경쟁교육 환경에 노출시키기보다 농어촌의 자연을 마음껏 누리며 많은 체험과 추억을 쌓게 하기를 바라는 젊은 목회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귀촌선교사 제도가 하나의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국가에서도 국토 균형발전의 고심이 크기에 각종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한국교회도 소멸되어 가는 농어촌교회 후원과 함께 농어촌 지역 거점 교회를 든든하게 세워 가는 일에 지혜와 힘을 모아 시대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농어촌 지역 거점 교회의 담임목사님들에게 대도시 교회들의 협력을 통해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 본 교회 장로님들과 성도님들의 뜨거운 응원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김영철 목사
<월드비전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