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열매와 축복]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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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시작하고 2년 후인 2011년 여름, 큰 홍수로 우면산 산사태가 나서 세간의 주요 뉴스가 되었다. 일일 강수량 350밀리미터로 당시 관측 이래 최대 폭우였다고 한다. 우면산 북쪽 사면이 사태가 나면서 남부순환로를 휩쓸었다. 8차선 길 건너 아파트 3층까지 토사에 휩쓸리며 수십 명의 인명사고가 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그때 내가 살던 집은 우면산 남쪽 사면 골짜기에 있었다. 

전날 밤, 세미나를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와 곤히 자고 있었는데, 아내가 다급히 나를 깨웠다. 창밖을 보니 마당이 급류의 강으로 변해 있었다. 대문 기둥에는 흙탕물에 쓸려온 통나무들이 2층 높이보다 높게 쌓여있었다. 뒷 창문으로 내다보니 없던 개울이 생겨서 폭포수처럼 흐르고 있었다. 빨리 이 집을 빠져나가야겠다고 허둥대는 사이에 골짜기에서 폭포처럼 밀려오는 토사의 압력에 못 이겨 거실 벽이 갑자기 안쪽으로 무너졌다. 토사가 거실을 지나 안방까지 휩쓸고 들어왔다. 

집 앞뒤로 흐르는 급류가 건물의 기초를 침식하면 미국식 통나무집이 버티지 못하고 곧 무너질 것 같았다. 허리까지 차는 급류 속에서 아내 손을 잡고 큰아들과 건너편 콘크리트로 지은 옆집으로 겨우 피신했다. 그런데 옆집 상황은 더욱 위태로웠다. 옆집 아주머니와 할아버지가 급류에 떠내려갔다. 다행히 아주머니는 떠내려가다가 나뭇가지에 걸려 살았지만,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1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가족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급류를 건너면서도 셋 다 죽더라도 작은아들이 군대에 있으니 회사 경영의 극단적 혼선은 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폭우가 그친 다음 날, 나는 급히 빈집을 얻어서 토사로 엉망이 된 가재도구들을 옮기도록 부탁하고, 캐나다와 미국 세미나 일정이 있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참 긴박한 삶이었다.

토론토에 거의 다 왔을 때,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요동쳤다. 탁자의 커피잔이 날아가서 깨질 정도였다. 토론토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비행기는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그러더니 한 시간 거리의 몬트리올 공항으로 피신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동안 수없이 비행기를 탔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나는 몸을 가눌 수 없는 비행기 안에서 기도했다.

‘하나님! 왜 이러세요. 어제는 산을 무너뜨려 집을 덮치시더니, 오늘은 비행기를 이렇게 흔들어 대시나요! 제가 무얼 잘못했나요?’ 

순간, 내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아! 100억 원!’ 

나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회사의 현금 잔고를 확인해 보니 100억이 있었다. 애터미는 무차입정책으로 차입금은 한 푼도 없는 회사다.

‘오늘 당장 회사 문을 닫아도 100억 원은 남겠구나.’ 

이런 생각에 100억이라는 돈이 참 포근하게 느껴졌다. 몇 년간 밤낮없이 매진한 하루하루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영혼까지 안식을 누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질투하시기까지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내가 하나님이 아닌 맘몬의 물질에 안식하는 걸 싫어하셨다. 

“하나님, 저 좀 내버려 두시면 안 되나요? 저 같은 미물 인생이 뭐라고 이렇게 챙기세요!”

월세방에 찾아오셨던 사랑 넘치는 주님이 말씀하셨다.

“네가 알잖아!”

나는 연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닦으며 고백했다. 

“네, 알아요! 주님이 저를 사랑하셔서 이렇게 찾으시는 것! 이제는 억만금이 있어도 주님만 바라볼게요.”

토론토 공항으로 회항하기까지 5시간 이상 걸렸지만,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깨까지 들썩이며 계속 울었다. 그 주님이 너무 좋아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공항에 나와 있던 캐나다 현지법인 직원들은 두 눈이 퉁퉁 부은 나를 보며 “우리 회장님이 장시간 비행에 시달려서 눈까지 퉁퉁 부으셨나 보다”며 안쓰러워했지만 정작 나 자신의 가슴만은 하나님 사랑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 그 감동으로 다시 어깨가 들썩인다. 지금은 회사에 현금 잔고가 그때보다 수십 배가 더 쌓였지만 그건 모두 주님이 맡기신 것이고, 나는 청지기일 뿐이다. 내 영혼의 안식은 주인이 맡기신 물질에 안겨서 누리는 게 아니라, 주인 품에 안겨서 누리는 것임을 확실히 알고 있다. 천국은 죽어야만 누리는 것이 아니고 주님이 내 안에, 내가 주님 안에 있을 때 이미 누리는 것이다. 

천국에 대해 ‘이미, 그러나 아직’ (Already but not Yet)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당시 박한길 장로 자택 앞마당 모습.
급류 속 겨우 피신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애터미 회장 박한길 장로는 기도하고 행동하는 신실한 교회 장로이다. 그는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부(富)를 이루고 국내•외 선교사업 뿐 아니라 육영 사업에도 심혈을 다해 헌신하고 있다. 창업 10년 만에 매출 연 2조 원, 1천500만 회원을 자랑한다. 또한 수많은 나눔 활동을 이어가며 2023년 기준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1.4%로 유통업은 물론 2023년 결산 매출 상위 500대 기업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나눔의 명가가 됐다.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데 더 열심이라는 박한길 장로는 주님께 받은 재물을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30배, 60배, 100배 결실을 맺도록 흘려보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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