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멤버인 RM(예명)과 뷔가 현역 군 복무를 다 마치고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귀환인사를 하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그 다음날 지민과 정국이 제대했고 또 슈가가 곧 병역이 해제되면 앞서 병역을 마친 진, 제이홉과 함께 그룹이 다시 완전체를 이루게 됐다고 한다. 국내외 활동에 1년반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이를 무릅쓰고 국민의 의무를 이행한 것이 본인들은 물론이고 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자랑이 된다. 입대 전의 인기가 그대로 살아나면 좋겠지만 앞으로 얼마나 큰 노력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1년반, 18개월 시간을 이들이 어떻게 보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소속 부대장의 재량으로 각자의 특별한 재능을 활용해 부대원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어떤 비상한 프로그램을 실시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런 특별한 고려 없이 다른 분대원 소총수와 똑같이 훈련에 임하고 경계근무나 작업에 투입되고 혹 자기 몫을 잘 하지 못해 연병장을 몇 바퀴 뛰어야 하는 어려운 시간도 가졌을 수 있다. 어떻든 군에 복무한 모든 젊은이들과 한가지로 이들이 제복입고 보낸 1년반은 너무도 천천히 흘러갔을 것이다.
1960년대 일반병의 의무복무기간이 3년이었던 때 대학 재학생에게는 학업의 공백기를 줄여준다는 취지에서 1년반을 마치면 ‘귀휴’시켜주는 제도가 있었다. 실 복무기간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혜택을 받는 대신 학적보유병들은 예외 없이 전방 보병사단에 배치되어 가장 어려운 군 생활을 겪어야 했다. 열악한 환경, 엄정한 군기하에 밤낮없이 진행되는 전투훈련과 시설작업 속에 신병생활은 하루가 한 달같이 느껴지는 고난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과를 불평해봐야 소용없고 병사는 이로부터 인생의 가장 귀중한 인내의 능력을 길렀고 하루하루의 경험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요령과 지혜를 쌓았다. 군 생활이 힘들수록 제대하는 날의 기쁨은 컸고 각자에게 헤아릴 수 없는 자부심과 자신감과 자랑의 근거가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시계는 똑같은 속도로 돌아가지만 시간은 다 다르게 흘러간다.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궂은 일을 하며 오직 사랑하는 라헬을 얻기 위해 약속한 7년을 지내고 그에게 속은 다음에 또 7년을 묵묵히 일했으니 그런 ‘7년을 며칠같이 여겼더라’고 성경은 전한다. 이는 그의 일편단심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사실 기다리는 야곱에게는 하루가 7년같았을지도 모른다. RM과 뷔의 입대 전 매일은 수많은 세계의 팬들을 흥분시키고 또 엄청난 소득을 올리는 것이었으나 이런 것들이 하루아침 뚝 그치고 18개월이 지나갔다. 이들의 제대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은 ‘어, 벌써 그렇게 됐나’ 놀라며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끼겠지만 당사자들에게 지난 1년반은 얼마나 길고 답답하고 지루했을까?
아니, 결코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0여년 전 데뷔해서 한국의 대표적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하며 K-pop 선풍의 선두에서 월드 투어에 수십만 젊은이들을 몰고 다니던 때에는 이루지 못했던 귀중한 정신적 성장을 이 시간을 통해 거두었을 수 있다. 한밤중 달빛을 받으며 초소에 서서 곤히 잠든 전우들의 안전을 홀로 지키는 그 고요한 시간에.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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