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을 다 하고 갈 수야 없겠지만 중요한 일들은 매듭을 짓고 떠나야 할 텐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아무 일도 한 것이 없다 보니 너무 막막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세상에 왔다가 할 일을 다 했노라 흡족하게 떠날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할까만은 그래도 큰 회한은 남기지 말고 가야 할 터인데 그 또한 걱정이고 하고 싶은 일은 가능하면 하고 떠나면 좋을 텐데 딱히 꼭 하고 가야 할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청운의 꿈을 다 이루지 못했다 하나 그것은 이제 물거품이 된 지 오래이니 지금 하려 한들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여한 없이 잊고 떠나는 것이 상책이니 이미 마음을 비운 지 오래다.
지금 이 마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여한 없이 해 놓고 갈 수 있다면 그것이 큰 행복이 되리라 믿는다. 우선 욕심을 내려놓는 일부터 해야겠다. 언제 떠날지 모르니 미련을 갖지 말고 되도록 부족함이 없도록 항상 깨어서 준비할 일이다. 강의도 더 열심히 해서 내가 가진 것이 조금이라도 전할만한 것이거든 아낌 없이 전하자. 후세를 위해 남길 것은 미련 없이 다 남기자.
평생을 일하면서 얻은 아주 작은 경험이라도 처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성실하게 남겨주고 가자. 그것은 세심한 기록일 테니 인색하지 않게 쓰고 또 써서 유익한 흔적을 남기고 가자. 내게는 하찮은 것이라도 다른 이에게는 굉장히 유익한 비법의 전수 같을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여행을 많이 좋아했는데 젊을 때는 시간도 어렵고 주머니 사정도 녹록지 않아 뒤로 미루었다. 시간이 생기고 보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나마 국제회의 등으로 여러 번 나갔다 왔으니 여한은 없지만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 한두 군데인가? 재미없이 다녀온 금강산을 언젠가 신나게 다녀올 수 있으리라 기대해 왔건만 통일은 아직도 무소식! 통일돼 금강산에 오를 수 있다면 휴전선을 밟고 넘다 쓰러진들 거기서 죽어도 영광일 터. 하늘에 불려 올라갈 때까지 최선을 다하다 그대로 남겨놓고 홀연히 올라갈 제 감사의 찬송을 목 놓아 부르며 가고 싶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