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교생실습과 ‘배꼽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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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어느 해 5월에 있었던 일이다. 영어교육과 학생들은 영어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일정한 학점을 이수하고 나서 마지막 단계로 4학년 1학기에 4주간의 교생실습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한번은 충남 공주(公州)의 모 여자중학교 출신인 최 모 양이 자신의 모교인 여자중학교에 가서 교생실습을 마치고 돌아왔다. 실습이 끝나고 나면 2~3주 이내에 학생의 교생실습 평가서가 학교에 도착하게 마련인데 우편으로 날아온 최 양의 교생실습성적을 확인해보니 교생실습 성적이 ‘48점’이었다. 

교직과목의 평점평균(GPA)이 B학점 이상이 되어야 교사자격증을 받을 수 있으므로 교직과목평가의 통념상 교생의 실습 실적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4주간 결석이 없으면 교생이 실습기간 동안 초긴장해서 고생한 것을 격려하는 의미로 ‘B+’ 정도의 학점을 부여하는 게 상례(常例)이다. ‘48점’이라는 성적은 혹시 ‘84점’을 이기(移記)하는 과정에서 오기(誤記)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해당 여자중학교에 전화를 걸어 연구부장 선생님을 찾았다. 

“저는 목원대학 교생실습생 최 모 양의 지도교수입니다. 최 양의 성적이 ‘48점’으로 나왔는데 혹시 ‘84점’을 잘못 기록한 것은 아닐까요?” “잘못 기록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성적이 ‘48점’이 나왔습니다.” “최 양이 실습기간 중에 결석이 많았습니까?” “그런 것은 아니구요. 유선상(有線上)으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한데요.” “그럼 제가 학교를 방문할까요?” “죄송하지만 그렇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음날 공주의 모 여자중학교를 방문했다. 연구부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최 양이 실습기간 중에 교생실습생으로서 생활면과 자질면(資質面)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최 양이 실습기간 중, 그가 맡았던 임시담임 학급내의 문제 학생들을 그 중학교 선배로서 설득하고 지도한다는 의미로 방과 후에 문제 아이들을 만나서 밥도 사주고 주말에는 그 학생들을 데리고 오락공원에도 갔던 모양인데 이것이 학교 당국에는 문제 학생들에게 비행(非行)을 부추긴 것으로 비쳐진 듯했다. 

더욱이 교생실습 평가에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최 양이 연구수업을 했는데 그녀가 입은 언더셔츠(undershirts)의 길이가 짧아서 칠판에 글씨를 쓰느라 팔이 올라갈 때, 배꼽이 살짝 드러나 보여서 ‘배꼽티’를 입고 연구수업을 했다는 것이 실습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도교수의 지도가 미흡했던 것이므로 선처를 호소할 명분이 없었다. 게다가 그 학교는 공립중학교여서 7년 전, 최 양이 중3일 때, 그녀를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모두 타 중학교로 전근을 가고 한 분도 안 계셔서 상황이 어려워도 누구에게 하소연 할 길이 없었다. 결국 최 양은 그 다음 학년도에 모교가 아닌 다른 중학교에 가서 교생실습을 마치고 한 학기 늦게 졸업을 한 사례가 있었다. 

어느 여름인가, 서울의 지하철에서 한 젊은 여성을 보았는데 배꼽이 훤히 드러나 보이고 배꼽에는 링을 꿰어 매달았으며 청바지는 방금이라도 흘러내릴 듯, 겨우 엉덩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상태였다. 허리에서부터 대퇴부로 이어지는 엉치 뼈 부분이 다 드러나 있었고 엉덩이의 골도 상당부분 드러나 보였다. 나는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얼른 눈을 돌려야 했다. 

1980년대 말, 교생실습 기간 중에 고초(苦楚)를 겪었던 최 양이 만일 2025년인 금년 쯤 연구수업을 하다가 배꼽이 살짝 드러나 보였다고 하면 최 양에 대한 ‘교생실습평가’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모르기는 해도 F학점이라는 가혹한 평가는 나오지 않았으리라고 본다. 요즈음 TV에 나타난 여성의 노출을 보면 배꼽티 정도는 노출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배꼽을 자랑삼아 드러내놓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 나타나는 특정 현상은 그 사회의 단면(斷面)을 말해주는 지표(指標)가 된다고 한다. 여성들의 노출문화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옷차림의 이면(裏面)에는 그들이 이루고 싶은 정체성(正體性)과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관 등이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

•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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