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인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고 관계를 맺는다. 그리스도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많은 성도들이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는 일에 익숙해졌다. 어떤 목회자는 이를 두고 “제2의 종교개혁”이라며, “하나님께서 온라인이라는 대포를 한국교회에 쏘신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는 오랜 역사 속에서 매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구약성경은 히브리어로,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기록되었으며 이는 문자 매체를 통해 보존되고 전파되었다. 그러나 중세 가톨릭 교회는 라틴어만을 사용해 예배드렸고 대부분의 성도들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신자들은 음악과 미술에 의존해 신앙을 유지했지만, 말씀의 부재는 곧 왜곡된 신앙과 교회의 타락으로 이어졌다. 이런 배경 속에서 1517년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은 성경을 대중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매체는 신앙의 전달과 확산에 중요한 도구였던 것이다.
오늘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온라인 매체는 예배와 공동체의 연결을 이어주는 도구가 되었다. 온라인이 없었다면 많은 이들이 예배조차 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성도들 사이에서는 예배자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
철학자 폴 비릴리오는 온라인 매체가 시간과 공간 개념을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은 ‘지금’과 ‘여기’의 의미를 약화시킨다. 이로 인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예배의 공간과 시간도 상대화되고 있다. 거실이나 침대에서 드리는 예배는 편리할 수 있으나 경건함과 집중력, 공동체성과 같은 예배의 본질적 요소들이 약화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예배의 태도와 신앙의 긴장감을 느슨하게 만든다.
이 시점은 명백한 영적 분기점이다. 분기점이란 외부의 충격이 내면의 변화를 불러오는 시기를 의미한다. 한국교회는 코로나라는 거대한 충격을 겪으며 예배 방식, 신앙생활, 공동체의 형태가 변화되었다. 이제는 그 변화 앞에서 멈추어 스스로를 점검해야 할 때다. 우리는 예배자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예배의 본질을 다시 붙들어야 한다.
이때 사무엘하 6장에 기록된 ‘베레스 웃사’의 사건은 깊은 교훈을 준다. 다윗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길 때, 율법이 명한 방식이 아닌 소가 끄는 수레를 사용했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었지만 하나님은 이를 기뻐하지 않으셨다. 나곤의 타작마당에 이르렀을 때, 웃사가 손을 뻗자 하나님은 그를 치셨고 그곳은 ‘베레스 웃사’로 불리게 되었다. 예배는 편의나 효율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으로 드려져야 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특히 이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타작마당’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타작마당은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는 곳이다. 지금 이 시대 또한 신앙의 진위를 가려내는 영적 타작마당이다. 진짜 예배자인가, 단지 형식에 머물러 있었던 사람인가. 하나님께서 포스트 코로나라는 사건을 통해 각자의 신앙을 타작하고 계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편의성을 따르는 예배가 아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바른 예배를 회복해야 할 때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예배의 중심’이다. 우리는 지금 알곡으로 드러나는가, 쭉정이로 드러나는가.
지금 이 시대는 분명한 분기점이며 동시에 타작마당이다. 한국교회와 모든 성도들이 이 시기를 지나며 진실한 예배자, 바른 예배자로 세워지기를 소망한다.
김형준 목사
<내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