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누가 우리의 이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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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 옆을 지나가는데 한 어린아이가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물에 뛰어들어 그 아이를 구하는 데는 큰 위험도 없고, 그저 잠깐의 시간을 내고 옷이 젖는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면 된다고 하자.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뛰어들어 아이의 생명을 구하려 할 것이다. 특별히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떠올릴 필요도 없다. 강도 만난 사람을 구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큰 희생과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혹시 일상에서 이런 작은 희생과 손해조차도 꺼려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는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세계의 빈곤 문제가 그렇다.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에서 빈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계은행은 절대적으로 최저생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소득을 하루 2.15달러로 정하고 그 이하 소득자들을 빈곤 인구로 규정했다. 이들은 하루 한 끼니를 먹기도 어렵고, 때로는 얼마 안 되는 음식을 자신이 먹을지 자식에게 먹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족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흉년이 들면 굶는 수밖에 없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도 못하고 깨끗한 마실 물을 구할 수도 없다. 

이렇게 생존의 위협에 처해 있는 세계의 빈곤 인구는 얼마나 될까? 챗GPT에 물어보니, 2025년 현재 전 세계 빈곤 인구는 약 7.9억 명이라고 한다. 세계인구가 80억 명이므로 9.9%, 10명 중 1명이 빈곤층인 셈이다. 1990년에는 빈곤 인구가 약 19.5억 명으로, 당시 세계인구 53억 명 중에서 37%나 차지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매년 감소추세를 보여왔다. 중국과 인도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보이면서 아시아의 빈곤층은 거의 사라졌고 현재 빈곤층 대부분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므로 빈곤 문제 해결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이렇게 생각해 보자. 빈곤층의 평균소득은 하루 1.98달러이므로 일 인당 하루 0.27달러,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00달러가 있으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7.9억 명을 빈곤에서 탈출시키는 데는 총 790억 달러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OECD 가입국의 인구가 약 13억 정도인데, 이 13억 명이 1인당 연간 소득 중에서 60.7달러를 기부한다면 790억 달러를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부자나라의 국민이 각자 월 5달러, 혹은 6천700원만 기부한다면 전 세계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계의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한 달에 한 끼의 식사비용도 되지 않는 적은 금액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아직 세상에 빈곤이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은 도덕적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세상은 점점 더 불평등해지고 있다. 2019년에 전 세계에는 2천153명의 억만장자가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들이 자가용제트기, 호화 요트와 호화 저택을 사들이는데 수억 달러씩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예외로 친다고 하더라도, 우리 보통사람들도 수백 년 전에는 왕이나 귀족들도 누릴 수 없었던 풍요를 누리며 살고 있다. 선진국 국민은 평균적으로 주당 40시간 일하는데 그 중 겨우 두 시간의 노동으로 일주일 치 먹거리를 넉넉히 구할 수 있고 대부분의 돈은 사치품 구매, 오락, 여행 등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렇게 생활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빈곤에 대해 무감각해진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정신적인 빈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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