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나의 일생] 요코이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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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하와이 한인교회 초청으로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 아내와 딸과 함께 하와이에 간 적이 있다. 늘 그렇듯이 나는 ‘호콕’, 즉 호텔에 콕 틀어박혀 기도하고 설교를 준비하며, 가져간 책을 읽고 있었다. 교회에서 하와이 바닷가의 좋은 호텔을 잡아주어 창문을 열면 파도를 타는 사람들,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바닷가를 거니는 연인들까지, 그야말로 볼거리가 가득했다.

그러나 아내와 딸이 하와이까지 따라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머무는 내내, 그들은 매일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의 다른 섬으로 여행을 다녔다. 그때마다 율법은 나를 “자연을 즐길 줄 모르는 꽁생원”이라며 놀렸다. 그리고 아내와 딸에게 율법은 “남편, 아빠를 닮아 경건한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은혜는 내게 “어디서나 성경 속 하나님의 임재를 기뻐하는 꽤 괜찮은 목사”라고 격려했다. 또 아내와 딸에게 은혜는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와 자연을 누릴 줄 아는 멋진 사람들”이라며 칭찬했다.

그다음 해였던가. 이번에는 괌 한인교회 초청으로 부흥회를 인도하게 되었다. 여느 때처럼 나는 호콕하며 말씀 준비에만 몰두했고, 아내와 딸은 괌 여행에 신이 나 있었다. 마침 비행기 스케줄상 집회가 끝나고 하루의 여유가 있었다. 괌 한인교회 목사님이 “이번엔 괌까지 오셨으니 꼭 한 곳이라도 여행하자”고 거듭 권했다.

결국 우리 일행은 ‘요코이 동굴’로 향했다. 차로 산 아래에 도착한 우리는 걸어 올라가 언덕을 넘고, 가파른 계곡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작은 산중 연못 곁의 요코이 동굴에 닿았다. 태평양 전쟁 당시 요코이 부대는 괌에서 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전 부대가 궤멸당하고 요코이와 다른 두 명만이 깊은 밀림 속으로 숨어 목숨을 건졌다. 전쟁이 끝나고 일본이 무조건 항복했음에도, 요코이는 무려 28년 동안 땅굴에 숨어 풀을 뜯고 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쥐와 개구리, 물고기를 잡아 먹으며 살았다. 1972년 그는 괌의 한 사냥꾼에게 발견되었다. 아무도 그에게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요코이는 아무 공적이 없음에도, 일본군 이름으로 28년을 버텼다는 이유 하나로 일본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그는 1997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동굴 끝자락에는 작은 집이 있었고 그곳에서 커피와 라면을 파는 이는 한인 교포 그리스도인이었다. 나는 그 집사님 가족에게 ‘전쟁은 끝났다’는 제목으로 율법과 은혜의 싸움, 예수와 마귀의 싸움, 천국과 지옥의 싸움에서 이미 승리가 선언되었음을 알리는 전도지를 만들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누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신 예수님의 승리를 전하는 것이 곧 전도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즉시 전도지를 제작해 집사님께 보내드렸다.

그때 깨달았다. 교회에서 설교만 하고 호콕하며 기도하는 것만이 경건이 아니었다. 산을 오르고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도 경건이자 선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요코이 동굴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산과 바다를 사랑하는 아내와 딸은 속물이 아니라 하나님을 찾아가는 순례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요코이 동굴에 감사드린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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