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교회 마당에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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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기록을 갱신하는 폭염이 계속 중이다. 기후 변화가 아닌 기후재앙에 속하는 이런 사태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긴 말 그만두고 이런 속에서 신선한 소식 하나 전하고 싶다. 우리 교회 마당에 이번 주말이면 수영장이 설치된다. 아니 무슨 수영장이 세숫대야 하나 갖다 놓는 일도 아닐텐데 주말에 설치된다니 이게 무슨 황당한 얘기냐고 생각하기 쉽다. 세상이 좋아져서 미니 풀장 크기의 비닐 물통이 얼마든지 있어서 금세 설치할 수 있는 모양이다. 우리 교회가 몇 년 전부터 여름이면 두 번의 주말 풀장을 열고 있다. 동네 아이들에게 이만한 선물이 또 있을까? 낮에는 수영하고 밤에는 본당에서 아이들 영화관이 가동된다.

더러는 경건하지 못하다고 꾸중할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위임목사님은 생각할수록 멋쟁이가 아닐 수 없다. 교회 식당에서 성도들 틈에 함께 식사하고, 기도원 집회 때는 교역자 전원을 함께 동반하고 배식대를 장식해서 성도들의 가슴을 철썩이게 만드는 분이다. ‘교회는 주민들에게 불편한 존재가 돼서는 안되고 사랑받는 곳이 되어야 한다, 교인들은 비평의 대상이 돼서는 안되고 칭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도’라고 가르치실 때 모두 숙연해지곤 했다. 

홍천에 수목장을 위한 땅을 마련하고 기도원을 먼저 지었는데 그 후에 목사님이 부임해 오셨다. 수목장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자 한참이나 떨어진 아랫마을의 주민들이 자기들 마을 앞을 장의차가 지나다니는 것을 보기 싫다고 결사적으로 반대해서 일의 진척이 어려웠다. 한참을 설득도 하고 기다렸지만 더욱 더 완강해진 모양이었다. 그러자 목사님이 오히려 당회를 설득해서 수목장 계획을 백지화한 것으로 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교회가 주민들의 지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간단한 이유였던 것으로 한다. 연로한 교인들이 많은지라 실망이 컸지만 목사님의 명쾌한 이유 앞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2번 주말에 열리는 우리 교회의 마을 피서 행사에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팍팍한 삶과 폭염에 지친 주민들의 얼굴에 잠시라도 웃음꽃이 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직 감사!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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