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세요?” 무던히도 더운 날 버스를 기다리느라 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는데 중년 여인이 걱정 반 의아심 반의 표정으로 다가오며 진지하게 묻는다. 갑작스런 질문에 얼른 대답을 못하고 쳐다보다가 회의하러 간다는 내 말에 넘어질 듯 놀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이 더위에 왜 집에 계시지 않고 대체 무슨 회의냐고 힐책하듯 묻는다. 마치 어릴 때 엄마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 때 닦달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여성단체라는 데 간다는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가 탈 버스가 왔다. 자기는 먼저 간다며 얼른 댁으로 들어가시라는 간곡한 말을 남기고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오지랖이 넓다고 탓해야 할지 모르지만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이 하도 진지해서 고마웠다. 아무 상관 없는 노파에게 이 폭염에 이렇게 다니시다가는 큰일 난다고 어서 집에 들어가라고 채근하는 관심이 고맙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 오면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에 입이 헤벌어졌다. 그래 맞다. 내가 지금 꼭 이렇게 조심성 없이 나돌아 다녀도 괜찮은 나이인가 돌아본다. 여든 하고도 중반에 가까우니 이런 폭염에는 집에서 근신하고 있는 게 상식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하나님께서 건강을 주셔서 강의도 하고 단체 일들도 조금은 거들 수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더 봉사하는 것이 순리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내 먹을 밥벌이를 해야 한다면 처량한 일이겠지만 그런 게 아니니 얼마나 행복한 활동이냐 말이다. 새삼 감사를 드리며 회의를 마치고 돌아왔다. 내가 아직도 강의를 하는 현역이라고 하면 그 여인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모르긴 해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 같다. 이런 축복을 받았다면 내가 지금 제대로 세상을 위해서 성실하게 잘 살고 있는지 깊이 돌아보고 더욱 성심성의껏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웃을 제 일처럼 생각하며 충고했던 그 여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 나들이도 좀 줄이고 세상 일도 꼭 필요한 것만 골라서 해가며 좀 근신하는 시작을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그 여인의 말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말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며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