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회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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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뿌리가 뽑힌 채 둥그런 모양이 되어 바람에 구르며 살아가는 떨기나무가 있다. 이걸 회전초(Tumbleweed)라고 부른다는데 영혼에 믿음의 뿌리가 없는 인생을 상징한다.  

특별검사가 직전 대통령 내외를 감옥에 가두었다. 남편은 요건이 안된 비상계엄을 선포해서 내란죄를 범한 혐의로, 아내는 주가조작, 뇌물수수 등 죄목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윤석열 씨는 계엄선포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김건희 씨는 부패행위 자체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부인의 죄과로는 고가의 장신구들을 선물로 받아 해외 공식 방문에 착용했다는 것이 포함되는데 본인은 이것이 모조품이고 빌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검 수사로 진실이 규명되면 어떤 뇌물이 실제로 오고 갔는지 아니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새 권력이 과거 권력을 매도하는 캠페인의 한 토막인지 국민이 머지않아 판단하게 되겠다.

동서고금을 통해 보석류의 모조품에 얽힌 얘기는 많은데 프랑스 작가 모파상의 단편 소설 『목걸이』(La Parure)는 특히 깊은 뜻을 담고 있다. 

하급관리의 아내 마틸드는 매력적인 여인이면서 세상의 화려한 것, 부요한 것도 동경한다. 착실한 남편과 아이도 없이 잘 사는 중, 장관이 공관에서 무도회를 여는데 남편이 어렵사리 부부 초대장을 받아 가지고 왔다. 놀람과 기쁨은 이내 낙심에 빠지는데 워낙 검소한 살림이라 야회복도, 마땅한 장신구도 없다. 남편이 큰돈을 내놓아 예쁜 드레스를 장만하고 가까운 친구에게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렸다. 이렇게 차리고 간 야회에서 마틸드는 인기의 표적이 되어 새벽까지 즐겁게 마시고 춤추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옷을 벗는데 목걸이가 없어졌다. 남편은 밤길을 되돌아가 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부부는 일단 여기저기서 돈을 꾸어 똑같은 모양의 목걸이를 3만6천 프랑에 구입해서 친구에게 돌려주고, 그날부터 그 돈을 갚기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해야 했다. 10년 동안에 폭삭 늙었으나 겨우 빚을 다 갚고 난 후에 마틸드는 길에서 그 친구를 만난다. 고생한 설움이 북받쳐 친구에게 목걸이를 잃었다가 몰래 같은 것을 사서 돌려준 일을 고백한다. 친구는 크게 놀라며 말한다. “그거 500프랑도 채 안되는 모조품인데!”

모조품을 빌려줬다가 진품으로 되돌려 받은 부자 친구는 틀림없이 그 값을 갚아주든지 해서 부부는 결국 보상을 받는 해피엔딩을 독자는 상상하게 되는 것이 이 스토리의 묘미이다. 

우리의 전직 대통령 부인은 2022년 남편과 나토 정상회담 참석차 유럽에 갔을 때 화려한 보석 목걸이, 귀걸이를 착용하고 다녔는데 이제 와서 그 물건이 빌린 것이고 모조품이라고도 하니 어리둥절하다. 대통령 부인되어 첫 해외 나들이에 소위 짝퉁을 외국 정상 부인들 앞에 보였을까 싶고 거짓말이 거짓말로 이어지고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어쨌든 뇌물 혐의를 잡아서 지난 정권 단죄에 힘을 기울이는 판인데 나라의 체통이 말이 아니다.

하급관리의 아내든지 대통령 부인이든지 여성이 곱게 꾸미고 남의 시선을 끌고 싶은 욕망은 한가지인데 소설 속의 마틸드처럼 본분을 지키면서 힘껏 살아가는 여인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에는 무리한 꿈을 쫓아 변칙을 마다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영혼의 닻이 뽑힌 회전초 같은 인생은 얼마나 불쌍한가?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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