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잘 믿어라,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오래 전,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의 우리가 사랑하던 연로하신 권사님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병환으로 인천의료원에 입원하셨을 때 의사는 수술을 권유했으나 권사님은 조용히 사양하셨다. “수술로 나을 병이 아니니 괜히 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담담한 말씀이 주변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권사님의 영적 태도였다. 권사님은 “이제는 하나님이 부르시면 가야 할 때”라며, 죽음을 단순한 종말로 보지 않고 천국으로 옮겨감으로 여겼다.
후손들에게도 “하나님 잘 믿어라.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유언을 남기셨다.
삶을 정리하고 남은 날들을 기도와 감사로 채운 그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오늘 우리는 권사님의 선택을 단순한 포기나 체념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히려 신앙의 희망과 평안으로 죽음을 마주한 ‘준비된 떠남’이었다.
성경은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빌 3:20)고 가르친다. 권사님은 그 진리를 삶으로 증거하셨다. 죽음을 두려움으로만 보지 않고, 그 너머의 소망으로 직시한 것이야말로 믿음의 깊음이다.
물론 의료적 판단과 신앙적 결단 사이에는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가족과 의료진, 목회자가 함께 대화하며 환자의 존엄과 의사를 존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권사님의 경우처럼 평안과 신앙이 마지막 순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례는 우리에게 큰 본을 남긴다.
권사님의 삶은 우리에게 몇 가지를 말해 준다. 첫째, 삶의 마무리를 영적으로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죽음은 준비 없이 맞이하기 어렵다. 둘째, 신앙이 삶의 지향을 결정짓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신앙은 위기 앞에서 사람을 흔들리지 않게 하는 뿌리다. 셋째, 공동체의 돌봄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권사님이 평안히 떠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족과 교회가 함께했던 기도와 돌봄이 있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권사님의 모습을 그저 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닮아가는 일이다. 삶의 끝자락에서조차 하나님을 향한 확신과 감사로 채울 수 있는 신앙을 준비하자. 병상에서의 고백, 가족을 향한 따뜻한 권면(勸勉), 공동체를 향한 겸손한 유산(遺産), 그 모든 것이 후세에게 전하는 신실((信實)한 증언이다.
권사님은 오늘을 살아가는 후배 신앙인들에게 지혜와 이름다운 신앙의 교훈을 우리에게 남기고 가셨다. 우리는 그 권사님의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살아오신 신앙의 유산을 삶으로 실천하며,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소망해야 한다. 죽음을 두려움으로만 맞지 않고, 천국 소망으로 채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의 자세가 아닐까. 권사님의 평안한 안식(安息)을 기도드리며, 그 믿음을 본받고자 다짐한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