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선교는 한국교회와 청년선교의 최전선이다. 용사들은 장기간 집단 생활 속에서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하며, 이 시기에 복음을 접하고 신앙을 배우는 경험은 개인을 넘어 국가와 교회를 세우는 전략적 사명이 된다. 필자는 산골짜기 험지에 위치한 1사단 11여단 2대대 율곡교회에서 사명을 부여받아 사역을 하고 있다. 처음 맞닥뜨린 예배당은 낡고 척박했지만, 하나님은 부족한 필자를 통해 역사를 이루셨다.
군인교회는 사역 거점이자 전략적 공간이다. 예배당과 시설은 최소한의 사역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한 공사와 지원, 헌신은 교회와 연계된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부임 초기, 전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하나님의 은혜로 많은 이들이 응답했다. 예배당 수리와 시설 개선, 식재료 지원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역이 이어지게 하는 큰 힘이 되었다.
군선교사는 단순히 예배를 인도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부대 안 신앙 공동체를 세우고 자발적 용사들과 군종병으로 찬양단과 성경공부 그룹, 예배팀을 조직하며 리더를 육성한다. 이러한 공동체는 용사 개개인의 신앙 성장뿐 아니라 부대 전체 문화와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필자는 아내와 함께 군종병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제공하며 자연스러운 친교를 만들었고, 용사들은 이를 통해 교회와 연결되며 복음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부모와의 연계는 군선교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신병이 첫 예배에 참석하면 사진과 편지를 통해 부모에게 전달하고 기도를 부탁한다.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기도 동역자가 되고, 많은 부모가 전역 전 예배에 참석하며 자녀의 신앙 성장을 확인한다. 한 신병은 예배 후 “처음으로 교회가 편안하게 느껴진다”며 눈물을 보였고, 필자는 군선교가 단순한 위문이나 교육을 넘어 삶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청년 용사에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예배 형식을 세대 맞춤형으로 조정했다. 시청각 자료와 찬양, 설교 주제를 청년 세대에 맞추고, 소그룹 토론과 셀 모임을 통해 용사들이 신앙을 자신의 삶과 연결하도록 했다. 한 번은 한 용사가 “교회가 처음으로 집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는데, 필자는 군선교가 단순한 종교 활동을 넘어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역임을 깨달았다. 또한, 용사들의 신앙뿐 아니라 부대 문화에도 영향을 준다. 상관과 부하가 함께 모이는 ‘0시 예배’는 군내 위계와 벽을 허물고 용사와 지휘관이 함께 나누는 사랑의 교제를 가능하게 한다. 다섯 명의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지휘관이 참여해 부대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군선교가 단순한 종교 활동을 넘어 조직 문화와 공동체 의식을 변화시키는 힘을 체험했다. 외부 일반교회와 연계해 용사들이 대규모 청년 예배와 그룹 활동에 참여하도록 한 경험은 제한된 군부대 환경 속에서도 용사들에게 충분한 영적 자양분을 공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군선교사가 충분히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안정과 복지가 필수적이다. 사역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신분 보장이 확보되어야 하며 기존의 나이 제한 등 불필요한 제약은 개선되어야 한다. 전문화된 군선교사가 현장에서 사명을 충분히 감당할 때 용사들의 신앙 성장과 부대 공동체 형성, 한국교회의 청년 선교 회복이라는 다층적 사명이 실현될 수 있다.
용사 한 명, 한 명이 복음을 만나 변화될 때 군선교는 단순한 종교 활동을 넘어 국가와 교회를 세우는 전략적 사명임이 분명해진다. 현장 속 경험과 신앙 공동체의 역사가 증명하듯 군선교는 청년 선교의 최전선이자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 사역이다. 필자 뿐만이 아니라 군선교사들은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며, 용사들의 삶 속에서 놀라운 열매를 거두기를 소망한다.
김영필 목사
<한국기독교군선교협의회 대표회장, 율곡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