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새 인류가 등장하는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미래 지구촌을 이끌어 갈 Z세대와 알파 세대가 디지털 원주민으로 태어나 AI 시대와 함께 성장해가고 AI 원주민으로 태어나 AI를 동반자로 알고 살아 갈 베타 세대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70이 넘은 시니어이지만, 제미나이·퍼플렉시티와 친구처럼 대화하고, 클로드와 챗GPT와 함께 연구하고 글을 쓰며 설교를 준비한다. 재미있는 소통과 격려가 필요할 때는 소라를 활용해 동영상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휴머노이드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집안일을 돕고, 가사 도우미, 노인 돌봄, 아이들 교사와 친구 역할을 하기 위해 곧 우리 곁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다. 각 분야의 인플루언서가 더 이상 사람이 아닌 AI가 되어 AI 아나운서·AI 가수·AI 목사로 활동하는 이른바 ‘로봇 사피엔스’ 시대가 멀지 않았다. 아니,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새해를 ‘호스 파워(Horse Power)’—그리스 신화 속 하체는 말, 상체는 인간인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의 해로 규정하고 있다. 기독교적 개념은 아니지만, 2026년 붉은 말의 해를 ‘AI를 장착한 인간의 주체성과 지혜가 새 시대를 여는 하이브리드의 해’로 예측하고 있다.
심지어 『시니어 트렌드 2026』 보고서에서는 은퇴를 앞둔 시니어 세대가 자신이 가진 경험, 인생 통찰력, 그리고 준비된 자금으로 AI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그들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6』 역시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AI 시대를 한국교회가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존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AI에게 감정이 있는가?”, “AI가 과연 고통 중에 있는 인간을 위로하고 상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감정은 없지만 AI 기술이 감정을 흉내내며 언어로 표현되는 ‘감성 터치’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주로 활용된 것은 자료 검색, 신학적 주제 해설, 설교 자료 준비, 성경 주석 및 주해 등이었지만, 이제는 시공을 초월한 ‘교회 상담자’ 역할까지 감당하고 있다. 위로를 받고 감동을 받으며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천주교에서는 가상 AI가 고해성사를 진행하고 100개 이상의 언어로 상담하며 신앙생활 전반을 안내하도록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위험성과 부작용으로 인해 다시금 윤리성·안전성·영적 과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교회에서도 교회 소개, 새신자 상담과 등록, 행사 안내, 소그룹 소개와 신청, 다양한 행정 업무를 담당할 인공지능 로봇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교회 트렌드 2026』은 이러한 존재들을 ‘AI 코파일럿(AI Copilot)’—목회의 주체자가 아닌 ‘부조종사’—로 명명하고 있다.
아무튼 지금 교회는 AI 시대의 교회를 리셋(Reset) 해야 할 때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AI를 코파일럿으로 사용하는 데 적극 동의하고 있다. 신학적으로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교회는 기계보다 못한 공동체로 전락할 수도 있고, 감히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영적인 교회로 나아갈 수도 있다. 도구에 압도되어 질식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그 도구를 새로운 목회의 기회로 전환하는 교회도 있다.
교회 리셋의 시대, 교회는 본질에 더 충실하고 진정성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성도 간의 눈물 어린 교제, 예배와 기도의 공동체 회복, 소그룹 가운데 임하시는 성령의 임재 경험, 치유와 격려의 체험,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복음의 능력이 교회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성경을 펼칠 때 기도로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듯, AI에게 질문할 때마다 주의 몸된 교회에 유익하게만 사용되기를 기도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 리셋—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영성이며, 안전성이고, 윤리성이다.
AI 시대 교회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왜 해야 하는가?”이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