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마음이 가난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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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이면 대개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간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심령이 가난한 사람’ 정도가 돼야 이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눈에 띄는 사람들마다—가족은 빼고— 누구는 나보다 낫고 누구보다는 내가 낫고 하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여러가지 기준을 설정해서, 예를 들어 공부는 내가 더 잘하는데 말이나 노래는 아무개, 아무개가 훨씬 낫다 하는 식으로 비교를 한다. 거기서 경쟁심이 싹트고 발전의 동기도 나오나 보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끊임없이 내 나라와 다른 나라를 비교하면서 살아가는데, 우리처럼 동아시아 한 모퉁이에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위아래로 바라보며 지내는 백성에게는 세계 모든 나라들을 유심히 살피면서 우리의 처지와 견줘보는 버릇이 강하게 길러졌나 보다. 유럽이나 중남미 또는 아프리카의 어느 한 나라라면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 미국의 동향을 주시하는 정도로 바깥에 신경을 쓰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1950년 6.25 전란 후 대한민국은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셈인데 소위 ‘후진국’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달고 나왔기에 사람들은 해외에 나가서 기를 펴지 못하고 보편적인 열등의식 속에서 무엇 하나라도 우월감을 느껴볼 수 있는 근거를 찾느라고 눈을 부릅떠야 했다. 국가 분위기는 밤낮없이 GNP, GDP 타령을 하면서 ‘우리도 잘살아보자’ 구호 속에 국민을 일에서 일로 몰아 갔고 덕분에 사람들은 한 세대만에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우리는 어느덧 ‘선진국’이라는 아름다운 범주에 자신을 포함시키는데 익숙해지고 있음을 발견하면서 한편으로는 과연 그래도 되겠는가 자문한다. 

통계수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몇천 불로 ‘드디어 일본을 따라잡았다’는 감격적인 외침이 들려오게 한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 사는 것을 볼 때 우리가 한참 뒤떨어져 있음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 특히 어려서부터 남을 배려하는 언행, 태도는 확실히 모범적이다. 그런가 하면 관광차 몰려오는 중국사람들에게서 못마땅한 점이 많이 관찰되는 탓에 우리는 그 나라에 대해 은연중 우월감을 갖는다. 중국이 근년에 이룩한 군사력, 경제력 발전에 놀라면서도 식당이나 전철 안에서 귀에 거슬리는 중국말소리에는 ‘저 사람들 아직 멀었어’하며 혀를 찬다. 

예수 산상수훈 제1조가 ‘심령이 가난한 자’에게 천국 시민권을 부여한 것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을 가르쳐 준다.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으면 설사 경제가 여의치 못해 GDP 액수가 요지부동이더라도 그 레벨에서 다시 내려올 수는 없는 일이고 이제는 세계 1등 국민으로서의 품격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 숙제 제1과는 우월감도, 열등감도 초월해 사해동포의 마음으로 만인을 포용하는 심성을 기르는 것, 즉 가난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영혼으로부터 오만이 생길 수 없고 타인에 대한 모멸도, 그 반대로 허망한 부러움 같은 것도 배어나올 수 없다. 

국가의 외교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담당자들은 각 나라와 경제력, 군사력을 기준으로 관계설정을 해 나가야 할 터이지만 국민 각자는 보다 인간 중심의 생각을 지녀야 하리라. 우선 외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사고를 버리고 그들 나라의 물질적 수준을 바탕으로 우대하거나 멸시하는 습성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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