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주일과 추수감사주일
1928년 제17차 총회에서 처음 조직보고를 받은 농촌부는 2년 뒤인 1930년 매해 10월 셋째 주일을 <농촌주일>로 지켜주시길 청원해 제19차 총회에서 허락받는다. 49년 뒤인 1979년 제63회 총회부터는 농촌주일로 변경지정 해달라는 청원 건이 가결되어 오랜 세월 매해 5월 마지막 주일을 지켜오던 총회는 44년만인 제107회기 총회부터 11월 셋째 주일로 다시 변경하게 된다. 지금 현재 한국교회가 보편적으로 지키는 추수감사주일을 농어촌주일과 연계함으로 교단행정의 간소화를 꾀할 수 있고 또한 추수감사의 참된 현장은 농어촌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의 좋은 변경안이라고 할 수 있다.
역대 회의록에 허락된 날짜와 변경 결의만 기록되고 결의의 동기(動機)가 드러나 있지는 않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9차 총회 결의는 독일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지금도 독일어권 교회력은 10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주일(erntedank)로 지킨다. 전통적으로 시월은 상달(上月)이라 해 추석을 큰 명절로 지키는 한국적 상황과도 맞았을 것이다. 두 번째, 63차 총회 결의인 오월 마지막 주일은 24절기의 소만(小滿)과 망종(芒種) 사이의 단오(端午)에 해당한다. 한국의 세시풍속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모내기를 마친 농촌에서는 앵두화채를 먹고 여성들은 창포물로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고 남성들은 씨름을 하는 때다. 오월 마지막 주일 제정에서는 농어촌선교의 차별성과 역동성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당시의 동기를 읽어볼 수 있다. 107차 총회 결의인 11월 셋째 주일로의 변경은 미국 추수감사절(thanksgiving) 전통에 기반한다. 한국교회 안에서 현재 가장 많이 감사절로 지키는 절기이기도 하고 실제로 콩타작하고 선별하는 것까지 다 마치고 감사예배를 드린다고 생각하면 11월 셋째 주까지는 부지런히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의 절기도 농사력과 깊은 연관이 있다. 곡식의 첫 이삭 한 단을 제사장에게 가져가 요제로 흔들어 드리는 초실절(레 23:10-14, 양력 4월)과 그로부터 오십일을 계수해 여호와께 두 번째 거둔 곡식을 바치는 맥추절(23:15-22, 양력 5월)과 세말에 곡식을 저장하는 수장절(레34:22, 양력 10월)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유대의 모든 남자들이 매년 세 번씩 이스라엘의 하나님 앞에 보여야 하는 날도 농사력과의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세계 열방 중에서 교단의 상임부서로 농촌부를 설계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새벽기도가 한국교회의 두드러지는 은혜인 것처럼 농촌부의 탄생도 이 나라를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다. 탄생도 대단하지만 지금껏 안 없어지고 이어져 온 것은 더 대단하다. 예장 통합교단은 한민족과 한국교회의 희망이다. 농촌부 설립 이후 교단은 지난 97년간 <신앙과 직제>, <삶과 노동>의 일치를 기도하고 일제강점기와 충돌하는 세계역사 가운데 한국전쟁의 혼돈을 겪으며 치우치기 쉬운 이념과 편가르기에 맞서 기울어질수록 더 균형을 잡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시 시대정신과 마주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명의 위기의 시대에 생명목회를! 공동체의 붕괴의 시대에 마을목회를! 갈등과 반목의 시대인 금번 110회기에는 기독교의 본질이며 신앙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용서와 사랑을! 교단의 과제로 과감하게 상정한다. 시대정신을 카피하는 것은 시대정신을 따르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해가는 세상 가운데 적응하지 못하는 이웃들 곁을 오늘도 묵묵히 지키며 변화하는 시대 가운데 변하지 않는 진리는 반드시 드러나고야 말리라는 일사각오의 결기를 함께 다지는 것이다. 돌아오는 추수감사주일에는 농어촌을 생각하고 좋은 교단에서 신앙생활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자. 110회기 교단 산하 주님의 순결한 신부된 교회들마다 성삼위 하나님의 사랑이 충만해 흘러 넘치길 바란다.
김태웅 목사
<충주노회 직전노회장, 은혜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