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실크로드 탐사 목적으로 동료 교수들과 함께 터키 동쪽 끝 국경 지역을 여행하던 중의 일이다. 아라랏 산이 멀리 보이는 오래된 성터를 둘러보던 중, 동양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 성터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외국인은 없고 현지인들만 오는 장소였으므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보니 한국인 대학생들이 아닌가. 인터넷으로 마음에 맞는 대여섯 명이 만나서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다닌 후에 두 학생은 따로 남아서 터키 이곳저곳을 여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숙소는 정했느냐고 물었더니, 우연히 현지 대학교수를 만나게 되어 그 대학 기숙사에 머물도록 주선해 주었다고 한다.
그룹 여행 중에 만난 남녀가 낯선 지역으로 함께 배낭여행을 다니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고 그 용기가 가상하기도 해서 점심을 사주며 격려하고 헤어졌다. 그 후 여행 내내 그 학생들이 화제에 올랐는데, 하나같이 젊은 학생들의 용기와 진취적인 기상을 칭찬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는 세계 구석구석에서 한국인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럽에서 여학생 혼자 배낭여행을 다니는 것도 특별히 화제가 되지 않는다. 남학생보다도 여학생들이 더 일찍 성숙할 뿐 아니라,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1994년 말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선언이 계기가 되어 젊은이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피해서 조기유학 붐이 일어난 것도 그 무렵이다. 미국이나 영국뿐 아니라 영어권 국가들인 호주, 뉴질랜드, 심지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까지 조기유학을 감행하는 용감한 어린 학생들도 많았다.
요즈음 K-팝으로 시작해서 드라마, 영화, 화장품, 음식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 전반에 전 세계가 열광하게 된 것도 이렇게 일찌감치 세계에 진출한 젊은이들 덕분인 것은 분명하다. 오랜 전통을 가진 한국문화가 세계와 만나고 서양의 관점으로 재해석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어릴 때부터 체득한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 세계적으로 유행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모두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교포들의 작품이었다. 서양인의 관점에서 한국전통문화를 재해석하고, 서울 도심 곳곳을 외국인의 눈으로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에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평생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고,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직장 구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열심히 일해도 꿈을 이루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모세대보다도 더 가난해질 것이라는 좌절감이 청년들에게 퍼져있다고 한다. 소득의 불평등은 점점 커지고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져가는 상황 속에서 청년들은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는 극한의 현실이야말로 오히려 우리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우리 청년들은 여전히 용기 있고 진취적인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이 대학교육을 받은 고학력 집단인 우리 청년들에게는 곧 다가올 AI 시대에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다.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진 청년들에게 기존의 일자리가 아니라 사회 곳곳에 AI를 응용하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니 청년들이여, 지금의 좌절과 고난에 굴하지 말고 다가오는 기회를 기다리며 조용히 실력을 키울지어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