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교회, 한국교회의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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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한국교회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의 압력 앞에 서 있다. 예배당의 의자는 비어 가고, 지역사회와의 연결은 느슨해지며, 교역자와 성도 모두에게 피로감이 깊어지고 있다. 교회의 존재 이유와 미래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돌아가야 할 근본은 명확하다.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교회’, 곧 마을목회다.

마을목회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전략이 아니다. 교회가 지역이라는 구체적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성육신적 목회다. 이는 선교의 회복이며, 교회가 다시 태어나는 길이자 목회 본질의 갱신이다. 교회가 지역을 일방적으로 섬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숨 쉬며 그 고통과 기쁨을 같이하는 ‘공동체적 존재’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필자가 이 비전에서 마을목회 관련 책을 집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 속에서 교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목회자, 교회 밖 이웃과 진정한 관계를 맺고 싶은 교회, 일상 속에서 복음을 살아내고자 하는 평신도들이 새로운 시선을 갖도록 돕기 위함이었다. 신학과 삶이 만나는 경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교회’를 다시 상상하기 위한 시도였으며, 교회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묻는 신학적 선언이기도 했다.

필자의 목회 여정 또한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39세에 신학교에 입학해 49세에 목회를 시작한 늦깎이 목회자로서, 2003년 군사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지역적으로 낙후되고, 3년간 예배조차 드리지 못해 창고로 매각 직전이던 교회를 마주했다. 50여 명의 목사들이 둘러보고도 목회를 감당할 이가 없던 그 자리였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던 교회가 창고로 팔릴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예배당을 매입하고 설립예배를 드린 것이 화전벌말교회의 시작이었다.

그 후 ‘우리 동네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목회철학 아래 마을을 품는 걸음을 내딛었다. 이웃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선한 손을 펴는 실천은 결국 지역 주민들로부터 “우리 동네에 교회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신뢰로 돌아왔다. 개척 6년 만에 자립에 이르렀고, 교회의 명예와 신뢰도 역시 회복되었다.

마을목회 실천의 발걸음은 여러 방면에서 귀하게 평가받았다. 총회 자립위원회는 화전벌말교회를 ‘모범 자립 교회’로 선정해 사례 발표의 기회를 주었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을 수여해 교회가 마을의 동반자로 성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총회 사회봉사부도 꾸준한 지역 섬김을 인정해 ‘총회사회봉사상’을 시상했고, 경기도지사와 고양시장도 여러 차례 표창을 수여했다. CTS뉴스, 기독공보 등 언론에서도 교회의 사례가 소개되면서 마을목회의 실제적 가능성이 한국교회 안팎에 알려졌다. 또한 대전극동방송 ‘더 미라클’ 10화에 간증자로 출연해 마을목회의 경험을 전할 기회를 얻었고, 여러 자리에서 강사로 초청받아 현장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인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을이 변했고, 교회가 변했고, 목회자인 나 자신도 변했다는 사실이다. 마을목회는 교회가 지역 속에서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며, 교회의 존재 이유를 삶으로 증명하는 실천이었다. 이는 목회자 개인의 성장을 이끌고, 교회와 지역 공동체 모두를 건강하게 세워 가는 여정이었다.

이제 필자는 이 경험을 후배 목회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교회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목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곳, ‘우리 동네’를 다시 사랑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체의 중심으로 서기 위한 길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마을을 사랑하고,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교회로 돌아가는 것. 그 길이 결국 한국교회의 미래를 다시 밝히는 길이 될 것이다.

강대석 목사

<화전벌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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