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의 시작을 알리는 대림절(待臨節, Advent)이 다시 돌아왔다. 세상의 달력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12월, 교회는 성탄의 기쁨을 준비하며 동시에 다시 오실 주님을 소망하는 ‘영적 새해’를 맞는다. 그러나 기대와 경건한 기다림으로 가득해야 할 대림절의 풍경은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거리의 화려한 장식과 백화점의 캐럴 속에서 대림절의 본래 의미는 잊히고, 영성은 쇠퇴하고 있다는 냉철한 성찰이 필요하다.
대림절은 이미 오신 주님을 삶에 영접하고, 다시 오실 주님을 갈망하며 현재의 삶을 새롭게 다짐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많은 교회는 성탄 발표회와 행사 준비에 치우쳐 경건한 묵상과 자기 성찰을 놓치고 있다. 본래 대림절은 금식과 절제를 통해 영적 빈곤을 자각하고 주님을 향한 갈망을 키우는 시기인데, 오늘날 교회는 소비와 화려함에 휩쓸려 절제의 영성을 잃어가고 있다.
대림절의 핵심은 “마라나타, 주님 어서 오시옵소서”라는 고백이다. 이 종말론적 긴장감은 성도의 삶을 거룩함과 사명감으로 채우는 힘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현재의 안락함에 안주하거나, 종말을 막연한 미래 사건으로 치부하며 현실 참여를 회피하는 도피적 신앙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한국교회가 대림절의 참된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영성을 ‘실천’으로 승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림절을 ‘자기 비움’의 시간으로 선포해야 한다. 화려한 행사보다 회개와 거룩한 삶을 다짐하는 예배를 강화하고, 성도들이 일상 속에서 경건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대림절은 과거의 탄생 사건을 넘어 미래의 소망인 재림을 오늘의 삶으로 끌어당기는 절기다. 재림하실 주님은 정의와 공의로 세상을 심판하실 것이다. 교회는 다시 오실 주님을 믿고 그 나라를 이 땅에 심기 위해 어둠 속에서 평화와 정의를 실천하는 빛의 자녀답게 행동해야 한다.
대림절은 교회력의 시작이자 영적 새해의 출발점이다. 교회 공동체 전체가 영적 방향을 새롭게 세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매일의 기도와 예배 속에서 다시 오실 주님을 향한 갈망을 회복하고, ‘마라나타’의 고백을 통해 세상의 유혹으로부터 성도를 지켜야 한다. 한국교회가 초림의 겸손과 재림의 소망이라는 본연의 영성을 회복할 때, 우리는 단순히 성탄의 기쁨을 맞이하는 것을 넘어 혼란의 시대에 참된 빛과 소망을 비추는 교회가 될 것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