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중순이 되면 전 국민이 긴장하며 출근 시간도 늦추고 심지어 비행기 소음까지도 통제하는 국가적인 행사가 있다. 바로 수학능력시험이다. 대학진학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입시의 첫 관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입시제도가 수없이 바뀌었어도 초중등교육 12년간의 모든 공부가 단 하루에 치르는 수능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현실은 변함이 없다.
이게 어린 학생들에게 얼마나 가혹하고 터무니없는 일인지 우리 모두 잘 안다. 그래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입시제도를 개혁해서 내신성적이나 봉사활동과 인성평가기록 등 다양한 입시전형요소를 도입해 보았지만, 그 모든 개혁과 실험도 허사가 되고 결국 수능시험이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이라는 뻔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 입시제도의 현주소다.
올해 수능시험은 특별히 너무 어려웠다고 해서 언론에서는 유례없는 불수능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공대 교수도 풀 수 없는 과학문제가 출제되었다거나, 언어영역에서는 지문이 너무 전문적이고 어려운 문항이 나왔다고 한다. 영국의 BBC방송은 수능 영어 문항을 소개하면서 영국 학생도 도저히 풀 수 없는 끔찍한 문제라는 평을 했다고 한다. 필자도 도저히 풀 수 없는 경제학 지문이 언어영역에 출제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수학능력시험이라는 취지에 맞는 쉬운 문항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상위 영재급의 학생과 평범한 학생들이 함께 치르는 시험에서 모든 문제를 쉽게만 할 수는 없다. 최상위권에도 변별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평가원 원장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한다. 수능이 얼마나 큰 국민적 관심사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그나저나 뾰족한 해결책도 없이 이렇게 학생들이 매년 겪어야 하는 수능시험을 지켜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청소년기에 과도한 입시부담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걱정도 된다. 과도한 경쟁과 시험성적에만 매달리다가 편협한 이기주의에 빠져 건전한 시민의식과 올바른 품성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참으로 감사하고 또 놀라운 것은 이런 걱정과는 달리 우리 젊은 세대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과 공중도덕을 준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국제교육성취도 평가협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 청년들의 시민의식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게다가 요즘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도 청년들의 에너지와 창의성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하겠다.
사실 심야에도 두려움 없이 도심 거리를 다닐 수 있다든지,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물건을 두고 다녀도 분실위험이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도심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극심한 입시경쟁으로 극한의 고난을 경험했지만, 오히려 더욱 밝고 건강한 정신을 잃지 않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는 우리나라의 청년세대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올 한해도 다 지나고 벌써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림절 마지막 주일을 보내면서 주님이 다시 오실 그날, 하나님 앞에서 심판대에 서는 것이 두렵지 않은 우리가 되기를 원한다.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치르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치러야 할 크고 두려운 그 마지막 시험이 승리의 그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의 삶을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