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모든 영광과 권세를 뒤로 하고, 베들레헴 말구유에 가장 낮은 모습으로 임하신 만왕의 왕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합니다. 2천여 년 전 어둠 속에 생명의 빛으로 오신 주님은 세상의 성공이 아닌 비움과 낮아짐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주님은 거룩함을 자처하던 이들보다 소외된 이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셨습니다. 모두가 ‘죄인’이라 손가락질할 때,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따뜻한 밥상을 나누는 사랑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와 우리 성도들은 하나님의 사랑보다 세상의 잣대를 앞세워 누군가를 정죄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님의 애끓는 심장을 잃어버린 채, 우리만의 견고한 성 안에서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뼈아프게 돌아봅니다. 하나님 아버지, 대림절의 시간에 우리의 눈을 열어 주옵소서. 주님이 그러하셨듯, 세상이 외면한 영혼들을 가슴으로 품는 넉넉한 사랑을 우리에게 허락하옵소서.
제자들의 먼지 묻은 발을 씻겨주셨던 주님의 손길을 기억합니다. 주님을 닮겠다 고백하면서도 낮은 곳보다 높은 곳을 우러러보았던 지난날의 과오를 회개합니다. 우리 안에 도사린 영적 교만을 십자가 앞에 못 박게 하시고, 다시금 ‘종의 형체’를 입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이 시대의 한국교회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아닌 근심이 되고 있음을 겸허히 인정합니다. 이제 교회의 담장을 높이는 대신 세상을 향해 문을 활짝 열게 하옵소서. 절망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온기 가득한 안식처가 되고, 신음하는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는 주님의 손과 발이 되게 하옵소서.
이번 성탄이 우리만의 화려한 축제가 아니라,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은혜의 절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소외된 이들과 손을 맞잡고 하늘의 평화를 노래하게 하옵소서. 죽기까지 순종하셔서 진정한 승리를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양은수 장로
(대구서남노회 장로회 총무·현풍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