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름 동안 거의 매일 검정색 양복에, 검정색 목회자 셔츠를 입고 지내다가 오늘 아침 모처럼 양복을 바꾸어 입게 되었다. 연일 계속되는 장례에 검정색이 아닌 다른 양복을 입을 기회가 잘 생기지 않았다. 교회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어쩌면 이젠 다른 양복이 아니라 검정색 양복을 추가로 마련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례가 참 많다. 갈수록 더욱 많아진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제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은 죽음에 관한 신학적인 이해와 목회적인 이해를 더욱 깊게 해야 할 것이며, 장례에 관한 예전을 더욱 심화시키고 계발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목회하며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아무리 건강했던 사람이라도 70세를 넘기면 건강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고, 80세를 넘기면 죽음이 언제 곁에 올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관리에 힘쓰는 동시에,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신앙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것이 참으로 신앙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짧지 않은 목회를 하며 장례 사역에 최선을 다해 왔다. 모든 성도는 직분과 사회적 신분에 상관없이 존엄한 임종과 화려하지 않더라도 영광스러운 장례를 치를 자격과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장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교회가 주도하기는 쉽지 않지만임종과 장례의 전 과정 속에서 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최고의 섬김을 다하고자 힘써 왔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성도는 누구든지 장례식장에서 발인해 교회에 와서 천국환송예배(발인예배)를 드릴 기회가 있음을 알려드리고, 가급적이면 그렇게 하도록 안내한다. 전술한 것처럼 모든 성도는 영광스럽게 장례를 치를 자격과 권리가 있는 바 그 권리를 누리도록 도와드린다. 장례식장의 좁은 공간에서 시간에 쫓기면서 불편하게 예배드리지 않고 유가족이나 친지들과 성도들이 고인을 생각하고 기리기에 훨씬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예배 시작부터 예배 후 출발 때까지 하나하나가 그저 의례적인 절차나 과정으로서 예배가 아니고 말 그대로 고인을 천국으로 환송해 드리는 예배가 될 수 있게 한다.
장례식은 최고의 전도 기회이다. 고인의 유가족 중에는 불신자뿐만 아니라 가나안 성도나 교회를 떠나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들에게 교회와 목사의 진정어린 섬김에 감동을 받고 은혜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신앙 회복의 절호의 기회, 전도의 좋은 기회가 된다. 그리고 우리 교회는 예배실에서 로비를 거쳐 마당까지 찬양대 및 교우들이 도열한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유가족이 나가게 해 더욱 진한 신앙의 향수에 젖어들게 하고, 마지막 장면은 교회당 정면 마당에서 모든 유가족과 교우들이 영정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서서 마지막 찬송을 부른다. 이 장면은 지나가는 행인들과 교회 앞 대로의 수많은 버스와 승용차를 타고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던져주고, 또 그들이 교회 장례를 눈으로 보면서 교회가 행하는 예전들을 통해서 죽음과 교회의 예전을 자기 자신에게 투영시켜 보지 않겠는가? 분명히 그들의 마음속에 어떤 울림이 생기리라 믿는다. 아울러 장례식이 가져오는 교회 내 부가적인 중요한 효과가 있다. 우리 교회는 필자가 부임한 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금년에 장로님 두 분이 천국에 가셨다. 두 분 모두 원로장로로서 교회장(葬)으로 예우했고, 본당에서 천국환송예배를 드렸는데, 전반적인 장례의 모든 과정과 함께 본당에서 드린 천국환송예배를 통해 유가족은 물론 모든 성도들의 마음에 큰 도전이 있었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요즘 젊은 세대는 교회 직분에 대해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들 하는데 그들이 교회와 교회생활, 교회직분을 귀하게 여기는 계기가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김영철 목사
<월드비전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