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한밤의 목양실, 하늘 양식을 준비하는 행복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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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교회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창밖의 세상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만, 목양실의 불빛은 꺼질 줄 몰랐습니다. 시계 바늘은 자정을 넘어 어느덧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제 앞의 원고지는 여전히 목마른 듯 하얀 여백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주일 아침, 갈급한 심령으로 성전에 모여들 성도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그들에게 전해야 할 생명의 말씀이 제 안에서 온전히 정제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그 시간, 설교자의 무게는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주님, 저는 부족합니다. 이 양 떼를 먹일 한 조각의 떡도 제게는 없습니다.” 텅 빈 가슴을 부여잡고 씨름하며, 설교 준비라는 것이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한 치열한 해산의 수고임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막막한 어둠 속에서, 문득 한 분의 숨결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이 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주님은 굶주리고 목마른 인생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셨습니다. 광야에서 배고픈 군중을 보시며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마 14:16)” 말씀하셨던 그 긍휼의 마음,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살과 피를 참된 양식과 음료로 내어주신 그 지극한 사랑이 제 시린 가슴에 뜨겁게 전해져 왔습니다. 

내가 지금 겪는 이 ‘준비의 고통’은 당신의 생명을 떼어 우리를 먹이려 하셨던 주님의 ‘간절한 마음’에 비하면 얼마나 작은 조각인가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주님은 오늘도 당신의 사역자들을 통해 하늘의 만나를 잘 준비해, 세상의 거친 풍파에 지친 영혼들에게 풍성히 먹여 주시기를 간절히 원하고 계셨습니다.

그 밤, 목양실의 차가운 공기는 감사의 온기로 바뀌었습니다. 설교의 부담감은 어느새 ‘하늘 식탁을 준비하는 주방장’의 설레는 마음으로 변했습니다. 비록 몸은 고단하고 눈꺼풀은 무거웠지만, 주님의 손에 들려진 오병이어처럼 나의 부족한 묵상이 누군가에게 참된 양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눈물겹게 감사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골방에서, 혹은 목양실에서 말씀과 씨름하며 눈물을 흘리는 동역자들이 계실 줄 압니다. 우리가 겪는 그 전전긍긍함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주님의 심장을 이식받는 시간이며, 하늘의 식탁을 가장 풍성하게 차려내기 위한 거룩한 기다림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에게 속삭이십니다. “사랑하는 내 종아, 네가 준비하는 그 말씀이 나의 배고픈 어린 양들을 살릴 생명의 떡이 될 것이다.” 이 위로를 품고, 오늘도 저는 기쁘게 목양의 길을 걷습니다. 우리 가운데 참된 양식으로 오신 그분의 이름을 찬양하며 말입니다.

김태호 목사

<운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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