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흔적으로 남은 믿음, 이어져야 할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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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지나온 믿음의 선진들은 결과를 보장받지 못한 채 자신의 삶을 내놓았다. 선택한 길은 안전하지 않았고, 명예를 약속받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손해와 고통,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감당해야 하는 길이었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신앙은 개인의 위안을 넘어 시대 앞에서 지켜야 할 진리였다.

믿음의 선진들의 삶은 신념의 표현을 넘어 순교적 결단에 가까웠다. 믿음을 지킨다는 것은 마음속 확신을 유지하는 일이 아니라 삶 전체를 걸고 선택하는 일이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현실의 두려움을 넘어설 때 신앙은 역사 속에 흔적으로 남는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낸 삶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삼일절 역시 이러한 믿음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자유와 존엄을 향한 외침 뒤에는 두려움보다 진리를 선택했던 신앙의 결단이 있었다. 믿음의 선진들은 시대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고 신앙을 삶과 분리하지 않았다. 그 선택은 특별한 순간의 용기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려는 태도의 결과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정신을 어떻게 기억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가이다. 과거의 이야기를 감동으로 소비하는 것은 쉽지만 같은 마음으로 살아내는 것은 어렵다. 믿음의 선진들이 보여준 길은 특정 시대에만 요구되는 선택이 아니라 일상의 자리에서도 가능한 태도였다.

다음세대는 이러한 신앙을 책이나 기록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 속에서 발견한다.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무엇을 위해 포기하며 무엇을 끝까지 지켜내는지를 보며 신앙의 실제를 이해한다. 말보다 삶이 앞설 때 신앙은 전해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지식으로만 남는다. 신앙의 계승은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소중한 전통이라도 삶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한 세대를 넘지 못한다. 다음세대가 믿음을 이어받는 것은 과거의 영광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진실성 때문이다. 지금의 교회와 신앙인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곧 미래의 신앙을 결정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를 찬양하는 목소리보다 그 믿음이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이다. 우리가 붙들고 있는 신앙이 편안함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진리를 따라 살아가기 위한 것인지를 점검해야 한다. 믿음의 선진들이 남긴 흔적은 기억 속에 머물기보다 오늘의 선택 속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신앙은 유산이 아니라 책임이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어져 온 믿음은 다음으로 흘러갈 때 살아 있는 신앙이 된다. 지금 우리의 삶이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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