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선교-소명의 사이렌] 매일 광야에서 알약 만나를 먹이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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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우리의 인생은 광야를 지나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길이 분명하지 않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과 고통을 만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은 광야가 단순한 고난의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를 가장 깊이 경험하는 자리임을 보여 준다.

얼마 전 갑작스러운 통풍으로 왼쪽 엄지발가락 관절에 심한 통증을 겪었다.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맡은 원장은 “보통은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데 인내력이 좋으시네요. 곧 낫게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환자를 안심시켰다. 진료 후 간호사는 예약 일정과 필요한 서류를 세심하게 챙겨 주었다. 그 친절과 배려 속에서 하나님께서 좋은 의료진을 만나게 하셨다는 감사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며칠간 처방약을 복용하자 통증은 거의 사라졌고 다시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의사는 요산 수치를 낮춰 재발을 막기 위해 앞으로 매일 아침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충격처럼 느껴졌지만 곧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 내게 ‘알약으로 된 만나’, 곧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었다.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떠난 후 광야를 지나며 겪은 일을 기록한다. 출애굽 후 한 달쯤 되었을 때 그들은 먹을 것이 부족한 신 광야에 이르렀다.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식량을 구하기도 어려운 곳에서 백성들은 모세와 하나님을 원망했다. 그때 하나님은 하늘에서 양식을 내려 주셨다.

“아침에 이슬이 마른 후에 광야 지면 위에 작고 둥글며 서리 같은 것이 있는지라…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이는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먹으라고 주신 양식이라.”(출 16:14~15)

이 양식이 바로 만나였다. 하나님은 만나를 하루 먹을 만큼만 거두게 하셨다. 내일을 위해 더 거두면 상해 버렸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매일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을 가르치셨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40년 동안 광야에서 그들을 만나로 먹이셨다고 기록한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에도 같은 신앙이 담겨 있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마 6:11)

하나님은 내일의 양식을 미리 쌓아 두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오늘 살아갈 힘을 공급하시는 분이시다. 또한 광야에서 하나님은 양식만 주신 것이 아니라 길도 인도하셨다.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백성을 보호하시며 길을 안내하셨고, 밤에는 불기둥으로 어두운 광야를 밝히며 행진하도록 이끄셨다.

광야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그곳은 오히려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를 가장 분명하게 경험하는 장소가 된다. 통증으로 잠 못 이루던 어느 밤, 나도 모르게 한 찬양이 마음속에서 흘러나왔다.

“주님만 내 도움이 되시고, 주님만 내 빛이 되시는, 주님만 내 친구 되시는 광야….”

그 찬양을 흥얼거리며 깨달았다. 우리의 인생 역시 하나님 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광야의 길이라는 사실이다.

생각해 보면 하나님은 오늘도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신다. 어떤 날은 말씀을 통해, 어떤 날은 사람의 도움을 통해, 또 어떤 날은 의사의 처방과 작은 알약을 통해 우리를 살게 하신다. 내게 매일 아침 먹는 작은 알약 하나는 단순한 약이 아니라 하나님이 허락하신 오늘의 만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약을 먹으며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오늘도 광야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오늘의 만나를 주시고 오늘의 길을 인도해 주십시오.”

광야의 길은 결코 헛된 길이 아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그 길은 약속의 땅으로 이어지는 은혜의 여정이 된다. 어쩌면 우리 손에 들린 작은 알약 하나도 하나님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일용할 양식, 광야의 만나일지 모른다. 그 은혜로 우리는 오늘도 광야의 길을 걸어간다.

김성제 시인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재난과학박사, 우리응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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