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람들이 세계지도를 들여다볼 일들이 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로 접어들면서 휴전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던 중에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기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하는 기상천외의 사건이 벌어졌다. 한 달이 안되어 다시 미국-이스라엘 공동작전으로 이란의 수도가 공습을 받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수뇌급 인물 다수가 폭사함으로써 새 중동전쟁이 촉발됐다. 이란은 미 본토를 보복공격 하지 못하는 대신 이스라엘과 친미 중동 산유국들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고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일대 혼란에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위협 제거라는 명분으로 저지른 중동전쟁으로 세계경제가 휘청대는 가운데, 우리 대한민국의 백성들은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닥쳐오는 영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2만8천500명 주한미군 병력 규모도 정확히 기억 못하면서 동맹국이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라고 압박하는 한편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구실로 미군 병력과 장비를 타 지역의 전투에 투입하는 것을 한국 측이 용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경북 성주의 고지에 배치된 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일부가 이미 어디로 옮겨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오랫동안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최고의 군사적 긴장 지역이라는 ‘영예’를 누려오면서도 전쟁 재발을 용케 피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핵·미사일 전쟁 능력을 키워 이젠 명실공히 세계 핵무장국가 대열에 올라섰고,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온 대한민국도 재래식 전력과 방위산업면에서는 세계 일류급의 지위를 인정받게 되었다. 1953년 휴전 후 지난 70여 년 동안 세계가 베트남, 이스라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그리고 최근 우크라이나, 이란에서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한반도가 새로운 전쟁의 포화에 휩싸이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다.
남한과 북한이 첨예한 적대관계를 지속하면서 전쟁을 회피할 수 있었던 데에는 어느 정도 당사자의 몫이 없지 않았다. 구태여 따져본다면, 역설적이지만 양쪽이 다같이 ‘남북통일’을 최고의 국가이념으로 설정하고 이 추상적인 목표를 집권층이 국내정치에 활용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전면적 무력도발을 자제해온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 6.25 내전의 참혹한 경험이 가져온 학습효과도 크게 작용했다. 근년에 김정은 통치하의 북한은 ‘대한민국과 적대적 2개국가 관계’를 선언하고 자위를 위한 핵무장을 주장하며 어떤 형태의 남북 교섭도 거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쪽의 이재명 정부는 과거 좌파정권들 수준의 남북교섭 재개를 줄곧 추진하면서 안으로는 대야(對野) 정치투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오늘 좌-우간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 내부 분열은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에 최악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이 땅의 정치인만 잊고 있다. 일시적으로 다수세력이 되어 잡은 권력을 영구히 지키려는 목적으로 법과 제도를 고치면 국민의 지지는 급속히 이탈한다. 이는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는 지름길이 된다. 2026년 곳곳에 포연이 자욱한 세계지도를 보노라면 우리나라의 정치가 지금처럼 난폭하게 굴러가도 되는가 하는 탄식이 끓어오른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