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났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겠구나 하는 정도였지, 별로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란은 입만 벌리면 이스라엘은 반드시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외쳐 왔기 때문이다. ‘마르그 바르 이스라엘, 마르그 바르 아메리카’라는 구호는 이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이었다. ‘마르그’는 죽음이라는 뜻이며, ‘바르’는 영어의 위(on)라는 뜻이다. 즉 ‘죽음은 이스라엘 위에, 죽음은 미국 위에’라는 뜻이다.
20년 동안 이란에서 사는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 이상했을 뿐, 사실은 늘 생각해 왔던 일이었다.
전쟁은 싱겁게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초기에 이란의 혁명수비대 및 국가의 최고 지도자들이 한꺼번에 49명이나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국가의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서 폭격을 맞아 죽었다면 국가가 마비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내가 이란에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누군가 이번 전쟁에 대해 물어왔다. “이번 전쟁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그때 내 생각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편에 서서 폭격을 가하고 있는데 이란의 전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싱겁게 끝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이란 친구가 옆에 있었다. 그 친구에게 물어봤다. 그 친구는 전쟁 전문가도 아니고 국제 정치에 관심이 있는 친구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답변이 뜻밖이었다. 몇 년 전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이 있었다. 그때는 미국이 이라크의 편에 서서 함께 싸웠다. 그런데 전쟁은 8년을 끌었다. 그리고 누가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채 휴전 상태로 끝나고 말았다.
그때 이란에서는 8년의 거룩한 전쟁에서 이란이 승리했다고 여겼다. 이란에서는 이를 ‘8년간의 거룩한 방어’라고 불렀다. 이것은 이란 사람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다. 그런데 이란을 간단하게 끝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정상적인 판단이 아니다. 그 친구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미국의 판단은 예상보다 복잡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현재 2주간의 조건부 휴전에 합의한 상태이나, 이는 종전이 아닌 임시적 전투 중단 조치로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재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런데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전쟁이 점점 장기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치솟는 유가를 잡을 겨를이 없다. 속히 끝내야 한다. 그래야 유가가 멈춘다.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지렛대로 삼아 통행을 통제해 왔고, 미국 역시 이를 둘러싼 긴장 속에서 군사적·외교적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휴전 역시 해협의 안전한 통항 보장이 핵심 조건으로 제시됐다. 미국의 항공모함들이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서 “우리가 보호할 테니 지나가라”고 해도 누가 미국의 말을 듣고 그곳을 지나가겠는가. 이란은 초고속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초고속 미사일 20발이면 항공모함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전쟁 시뮬레이션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도 항공모함을 멀찍이 떨어진 곳에 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는 쉽게 끝날 성격의 분쟁이 아니다. 설령 일시적 휴전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이는 전쟁의 종료가 아니라 협상을 위한 잠정적 숨 고르기일 뿐이다. 치솟는 유가를 막지 못한다면 전쟁에서 이겨도 소용이 없다. 더구나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반전 시위와 국제사회의 압력은 미국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석유 생산국이다. 자국의 기름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세계는 그렇지 않다. 모양새가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중동의 전운이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는 이유가 있다.
이만석 목사
<한국이란인교회, 무슬림선교훈련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