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마지막 주일은 노동주일입니다. 이 특별한 주일은 제44회 교단 총회에서 제정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산업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세우려는 큰 소명과 목적을 지닌 이 주일은 어느 교단보다 앞장서서 만든 뜻깊은 주일입니다(창 2:3).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노동과 안식의 리듬은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 질서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윤과 성과에 골몰해 종종 안식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출애굽기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제국에서 최하층민으로 살았습니다. 이들은 국고성 건설에 동원되어 강제노동과 중노동에 시달렸습니다. 그 신음소리를 들으신 하나님은 위대한 출애굽 사건을 일으켰습니다(출 3:7-10). 출애굽 후에는 안식일법을 만들어 다시는 강제노동과 중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법적 조치를 단행하셨습니다. 이 안식은 주인뿐 아니라 소와 나귀, 여종의 아들, 나그네에게도 적용되도록 하시어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과 정의를 나타내셨습니다(출 23:12).
지금 우리의 일터에서는 노동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곳은 없는지요? 2025년 8월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는 2천241만명, 비정규직은 929만 명(41.5%)으로 2024년 대비 6만 명 증가했습니다. 기간제는 534만 명(23.8%)으로 34만 명이 증가했습니다. 임금노동자 4명 중 1명 꼴로 기간제가 증가했습니다. 2025년 8월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정규직 평균임금 389만6천 원이고 비정규직 임금은 208만8천 원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 대비 53.6%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복지혜택에서도 차이가 커서 사회경제적 소외감이 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의 성격상 위험하고 고된 일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와 여성에게 떠넘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택배와 물류센터 현장은 빠른배송 로켓배송을 위해서 야간노동이 부활했고,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비정규직 일용단기 노동자들이 기계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온종일 감정노동에 시달립니다. 150만 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은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하면서도 작업장을 바꿀 수 없고 1년에 3천 명이 산재로 죽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구석진 현장에서 들려오는 비통한 신음소리들입니다.
성경의 안식일 권고와 명령의 대상에는 주인뿐 아니라 종의 아들, 소와 나귀, 나그네가 언급되었습니다. 오늘날로 보면 이들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이 숨을 돌릴 수 있도록 열악한 임금과 복지를 개선하고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교회가 이들의 신음소리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교회의 생명사랑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앞으로 피지컬 AI 도입으로 생산의 대혁신이 전망됩니다. 그러나 기술혁신이 불안정 고용상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야 합니다. 세계노동기구(ILO) 정문에는 열쇠 3개가 있습니다. 이는 정부와 고용주, 노동자를 상징합니다. 1926년 ILO 설립 당시, 3자가 협력해야 정의와 평화가 달성된다는 의미로 설치했습니다. 로봇 도입과 일자리 감소라는 곧 닥쳐올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 3자의 협의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고,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세워졌다고 노동권이 절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올해 4월 마지막 주일, 우리 교단이 앞장서서 만든 이 특별한 노동주일을 지켜주십시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도 숨을 돌리며 인간답게 일하는 사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동주일을 지킴으로 우리 교회의 예언적 전통이 회복되고,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는 충만한 길이 열릴 것입니다.
손은정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