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의 갈등은 대부분 특별한 잘못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표현 방식,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다르다는 사실보다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부부가 서로의 사랑을 의심하게 되면 사소한 일조차 결코 작게 끝나지 않습니다. 작은 말 한마디도 큰 상처가 되고, 평범한 행동 하나도 중대한 결함처럼 느껴집니다. 반대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면 큰 문제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싸운다는 것은 결국 서로 자기가 옳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서로 다 옳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싸움은 오래 갑니다. 상대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지 않는 한 다툼은 멈추지 않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성격 차이와 사고방식의 다름은 갈등의 결과이지 근본 원인이 아닙니다. 모든 갈등의 뿌리는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내 방식만 옳다고 여기는 순간 벽은 생기고 관계는 점점 멀어집니다.
특히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에 반복되는 말과 행동이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상대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면, 그것은 아직 그 마음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끝까지 들어 주고 공감해 줄 때 비로소 말의 반복도 줄어듭니다.
때로는 상대의 말보다 그 말 뒤에 숨은 마음을 읽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화난 말투 뒤에는 서운함이 있을 수 있고, 차가운 침묵 뒤에는 깊은 상처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족은 서로의 표정과 말투 속에 담긴 마음을 읽어 주어야 합니다. 듣는 귀보다 이해하는 마음이 먼저 열릴 때 관계도 다시 열리기 시작합니다.
가정 안의 어려움은 종종 세대를 넘어 이어지기도 합니다.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방식이 자녀에게 다시 전달되고, 그 자녀가 부모가 되었을 때 또 같은 방식이 반복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 악순환을 끊어 내고 축복의 순기능으로 바꾸어 세웁니다.
서로를 바꾸려 하기보다 먼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가정의 평화는 누가 더 옳으냐를 가리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읽어 주는 데서 시작됩니다. 결국 다툼과 허영을 내려놓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를 나보다 더 귀하게 여길 때 가정의 관계도 새로워집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작은 마음이 쌓일 때 갈등은 줄어들고 평안은 자라나게 됩니다(빌 2:3).
서로의 다름은 갈등의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채워 주는 은혜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을 상대가 볼 수 있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상대가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용덕 목사
•인천 영광의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