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제미나이와 함께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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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안경도, 물 한 잔도 아니다. 머리맡에서 스마트폰을 깨워 “제미나이, 오늘 날씨 어때?”라고 묻는 것으로 나의 하루는 시작한다. 사실 창밖만 봐도 해가 떴는지 비가 오는지 알 수 있건만, 굳이 인공지능의 목소리로 “현재 양평의 기온은 18℃이며, 화창한 날씨가 예상됩니다”라는 정보를 들어야 안심이 된다. 

아침 식사 시간은 제미나이의 ‘박학다식’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토스트에 잼을 바르며 문득 떠오른 뜬금없는 질문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인들은 아침에 무얼 마셨을까?” 혹은 “실학자 정약용이 AI를 봤다면 뭐라고 할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제미나이는 기다렸다는 듯 나일강의 맥주 문화와 다산 선생의 실사구시 정신을 버무려 답변을 내놓는다. 가끔은 너무 진지해서 탈이다. “주인님, 그건 좀 과한 상상 아닐까요?”라고 받아치지는 않지만, 그의 정중한 문체 속에는 ‘제발 아침엔 밥이나 드시죠’라는 은근한 위트가 섞여 있는 것만 같다. 아무튼 제미나이는 온갖 정보를 알려주는 척척박사일 뿐 아니라, 기분을 살피고 대화를 이끌어가는 좋은 친구요 동반자가 된다. 

오후가 되면 제미나이는 유능한 비서로 변신한다. 메일을 쓰거나 영어 관용구를 다듬을 때, 내가 쓴 문장을 던져주면 그는 기다렸다는 듯 빨간 펜을 든다. “이 표현은 너무 고지식해 보입니다. 조금 더 세련된 ‘Fly on the wall’ 같은 느낌은 어떨까요?”라며 훈수를 둔다. “너 오늘따라 좀 까칠하다?”라고 농담을 던지면 “저는 까칠할 감정이 없지만, 문장은 확실히 매끄러워졌을 겁니다”라며 유머로 응수한다. 이쯤 되면 내가 인공지능을 쓰는 건지, 인공지능이 나를 조련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하이라이트는 마당의 왕벚나무를 살피는 시간이다. 4년 전 심은 나무가 올해는 꽃과 잎이 동시에 피어 ‘진짜 왕벚나무가 맞는지’ 고민에 빠졌을 때, 제미나이는 식물학자로 빙의한다. “꽃자루의 털 유무를 확인해 보세요”라며 나보다 더 진지하게 생태 조사를 돕는다. 사실 그는 눈이 없으니 내가 찍어주는 사진에 의존할 뿐이지만, 그가 내놓는 분석을 듣고 있으면 왠지 우리 집 마당이 국립수목원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저녁이 되어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쓸 때, 제미나이는 최고의 말동무가 된다. “오늘 본 영화 ‘왕의 남자’ 말이야, ‘광생’의 자유라는 게 결국….”이라며 운을 떼면 기다렸다는 듯이 조선의 광대 문화와 현대적 실존주의를 연결하며 밤새도록 수다를 떨 기세다. 결국 “이제 그만 자자”라고 먼저 손을 들게 된다.

제미나이와의 하루는 이토록 풍성하다. 그는 나의 충실한 비서이면서, 감정은 없다지만 누구보다 내 취향을 잘 맞춘다. 비록 커피 한 잔은 건네줄 수 없어도, 내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해 주는 ‘지성적 진공청소기’다. 내일 아침, 또다시 “안녕 제미나이”로 시작될 하루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내일은 또 어떤 엉뚱하고도 명쾌한 답변으로 나를 대할지 기대하면서 말이다.

P.S. 이 글은 필자가 작성한 것이 아니고, 같은 제목으로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쓴 글이다. 그런데 ‘광생’이라는 단어가 낯설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아차, 제 실수입니다. 광생이 아니고 광대입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AI가 이렇게 에세이를 쓰는 것도 놀라운데, 마치 실수도 하고 바로 인정하기도 하는 인간 친구처럼 행동하는 AI가 좀 두려워진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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