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본질과 비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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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나 물건엔 핵심 가치(노른자위)와 주변 가치(흰자위)가 있다. “달 보라고 손가락질했더니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고 있다”(見肢忘月)는 말이 있다. 본질이나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대신 비본질 즉 덜 중요한 것에 매달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오쇼 라즈니쉬의 글에 ‘수도꼭지’란게 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언젠가 12명의 아라비아인과 프랑스를 여행했었다. 12명의 아라비아인들은 생전 처음으로 외국 여행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는 큰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고 로렌스는 그들을 전시회에 데리고 간 것이었다. 그런데 로렌스는 몹시 당혹스런 상황에 부딪혔다. 아라비아인들이 한번 목욕탕에 들어가자 좀처럼 나오려고 하지 않는 거였다. 그들은 몇 시간이고 욕조 안에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로렌스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물이 귀한 사막의 나라에서 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아라비아인들은 목욕탕에서 이리저리 뛰며 춤을 추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시회 관람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외출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올 때마다 “빨리 올라가자”고 서두르며 욕실로 들어가 목욕을 즐겼다. 마지막 날 모두 짐을 꾸려 차에 싣고 공항으로 떠날 시간이 됐는데 갑자기 아라비아인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촉박했고 로렌스는 초조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혹시 욕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각 객실에 들어가 보았다. 아라비아인들은 모두 욕실에 들어가 수도꼭지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로렌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도대체 뭣들 하고 있는거요?” 그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이 수도꼭지를 가져가려고요. 아라비아에 가서도 목욕을 즐기고 싶어요.” 그들은 물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도꼭지 뒤에 수도관이 연결돼 있고 수원지로부터 거대한 메커니즘이 함께 작용해 호텔 방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온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세계 일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신 시골 할머니에게 무엇무엇을 보고 오셨느냐고 물으니 “다니긴 많이 다녔는데 본 것은 딱 두 가지뿐”이라고 대답했다. 하나는 ‘세상이 정말 넓다’는 것과 또 하나는 ‘노란 깃발’이라 했다. 여행가이드가 노란 깃발을 들고 잘 따라오라며 한 달 동안 길 안내를 해 주었기 때문에 할머니는 그 깃발만 쳐다보다 돌아온 것이다.

미국 뉴욕 근처에 제대군인용 아파트가 있었는데 15층에 있는 방을 한국 유학생 3명이 세 들어 살았단다. 어느 날 저녁에 아파트에 도착해보니 정전이 되어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었다. 3명이 5층씩 맡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지루하지 않게 15층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막상 방앞에 도착하고 보니 1층 관리실에 맡겨놓았던 열쇠를 그냥 두고 온 것이었다. 그들은 다시 1층까지 내려왔다가 새로 15층을 올라가야 했다고 한다.

핵심 가치(본질)를 놓치거나 잃어버리고 엉뚱한 일, 지엽적인 일에 매달리다 보면 일이 낭패를 겪거나 헛수고를 할 때가 있다. 분별해야 한다. 선후 완급을 챙겨야 한다. 먼저 할 일과 뒤에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라인홀드 니이버의 기도문이 중요한 것이다. “주여,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평화를 주시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히 행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 사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사람은 응당해야 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응당해선 안 될 일을 하게 된다. 응당 있어야 될 곳에 있지 않으면 응당 있으면 안 될 곳에 서성거리게 된다. 중간지대는 없다. 순천자(順天者)가 아니면 역천자(逆天者)가 되는 것이다. 하나님 편이 아니면 마귀 편이다. 그래서 성경에서 맨 처음 제시되는 질문은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창 3:9/Where are you?)는 존재론적 질문이다. 내가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좌표를 확인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존재론(창 3:9)과 관계론(창 4:9/Where is Abel, your brother?) 및 종말론(창 16:8/What are you doing here?)에 대한 대답을 해야 되는 게 인간이다.

김형태 박사

<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더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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