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기다림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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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에 우리는 교회력으로 ‘대림절(待臨節)’ 첫 주간을 맞는다. 이 기간을 ‘대강절(待降節)’이라고도 하는데 이 절기는 성탄절을 앞두고 보내는 4주간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 말의 뜻은 글자 그대로 그리스도의 ‘임(臨)하심’이나 ‘내려오심[降]’을 ‘기다리는[待] 절기(節期)’를 뜻한다. 이 절기는  2000여 년 전, 베들레헴 마구간에 오신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하며 기념하는 동시에 우리를 구원해 줄 그리스도가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기간이다. 

“신앙생활”이란 기다림이다.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교회에 보낸 편지의 앞부분에 보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소망의 인내”를 말하고 있다. 이 말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소망’과 ‘인내’는 각각 별개의 항목이 아니고 ‘소망’ 안에 ‘인내’가 들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소망은 인내를 필요로 하며 동시에 소망은 끈질긴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오지만 기다리지 않고 맞이하는 봄은 봄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봄을 간절히 기다리면서 겨울을 보내는 사람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봄이 와있는 사람은 봄을 맞는 의미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다시 오시는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과 그런 간절한 기다림이 없이 세월을 보내는 사람의 삶은 전혀 다르다는 말이 된다. 대림절 기간에 믿는 이들은 마땅히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계 22:20)”의 성구를 기억하고 명상하면서 이 절기를 보낼 일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소망은 대부분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때문에 소망하는 자들에게는 인내가 필요하고 세월을 견디는 믿음이 필요하다. ‘신앙’이란 주님이 계시는 한, 소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요, ‘소망’이란 내 생명이 다하도록 주님을 믿는 것이며 주님을 끝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신앙’은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우리의 모든 가능성을 주님을 향해 활짝 열어놓고 우리의 생애 동안 그를 향해 걸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계절에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항상 있을 것인데”라는 성경구절을 떠올려 본다. 우리에게 항상 있어야 할 덕목 중에 ‘소망’이 들어 있음을 본다. 그런데 우리가 왜 그리스도를 소망하는가? 우리가 왜 그리스도를 기다리는가?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오셔서 우리의 구차하고 옹색한 삶의 상황을 완전히 바꿔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것이 신앙생활임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님은 항상 우리를 간절히 기다리고 계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탕자가 아버지에게 자신의 몫인 재산을 억지로 빼앗다시피 하여 타국으로 도망하여 허랑방탕하다가 거지꼴이 되어 자신이 돌보는 돼지먹이를 나눠먹다가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리며 다시 아버지를 찾는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문밖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아버지에게 아직 상거(相距)가 먼 때에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랑으로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가 아니고는 아들을 알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아들의 모습이 아버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가출을 만류한 아버지의 사랑을 뿌리치고 집을 나감으로써 집안망신을 시킨 아들을 책망하는 대신에 목욕을 시키고 새 옷과 새 신발을 신기며 금가락지를 끼우고 소를 잡아 잔치를 벌이는 모습에서 우리는 진한 감동을 받는다. 어찌 보면 우리들은 모두 집나간 아들이라 할 수 있는데 아버지가 집나간 아들을 기다리듯 주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맞고 있는 대림절은 절기상의 기간으로는 4주간이지만 실제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자기 민족을 구원할 메시아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은 답답하고 지루하지만 사실은 기다리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 오래 전에 유행하던 ‘개여울’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노랫말 “기다리는 기쁨도 있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어찌 보면 사람은 ‘기다림’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기다림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우리가 주님을 기다리는 것처럼 주님은 우리를 기다리신다.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의 시선이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의 시선과 마주치는 그 곳에 구원의 역사가 나타남을 기억해야 하는 계절이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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