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의소리] 지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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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전에는 수화라고 불렀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어라고 부르고 있으며 2016년 2월 3일 한국수어언어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더욱 수어라는 용어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중국도 수어로 부르고 있지만 일본은 아직 수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수화가 되었든 수어가 되었든 실질적 언어는 손으로 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손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북한에서는 손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수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수어로 청인이 하는 모든 단어를 다 표시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성언어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한 민족의 언어가 다른 민족의 언어로 모두 번역되는 것은 아니다. 수어 역시 음성언어로 모두 일대일 대응하여 번역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음성언어에 있는 단어가 수어에는 없을 수도 있으며 반대로 수어에는 있는데 그것을 음성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단어도 있다. 그러나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음성언어를 나타낼 때 고유명사나 수어에 없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손으로 문자를 표시하여 그 뜻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지문자 (fingerspelling)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글 지문자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농교육의 선각자이셨던 국립맹아학교 초대교장을 역임하신 국운(菊雲) 윤백원 교장선생님이 1946년 9월 1일부터 농교육에 직접 활용하여 사용함으로써 독창적인 우리나라 고유의 한글 지문자가 탄생하게 되었다. 지문자는 문자 자음 모음을 손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한글의 모든 글자를 나타낼 수 있어 한글로 쓸 수 있는 문자는 다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고유명사나 수어가 없는 단어의 경우 지문자를 사용하여 단어의 뜻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지문자를 사용하는 방법은 한 손을 사용하는 나라도 있고 양손을 사용하는 나라도 있다.

같은 영어 알파벳을 나타내는 지문자도 미국은 한 손을 사용하고 있으며 영연방국가는 두 손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손을 사용하고 있으며 초창기 윤백원 교장선생님이 창시한 지문자는 창안 후 75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ㄱ,ㅅ,ㅇ,ㅋ 이외에는 수정이 없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지문자이다. 전 세계에 자국의 지문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40개국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문자는 암호로써, 또는 기억술의 도구나 침묵을 요하는 종교적 환경에서 사용되었지만 현대에 있어 농인들의 지문자 사용은 문장의 이해나 어휘력을 증진시키는데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지문자를 읽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이다. 하지만 농인 사회에서는 지문자가 필요한 경우 능숙한 사용으로 빠르게 지문자를 구사하고 있어 상호 의사전달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 보다 지문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우리의 말과 한글을 가지고 있으며 수어와 한글 지문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즉 우리의 언어적 인프라는 구성되어 있어 여기에 문화라는 건축물을 쌓아 가는데 기본적 요건은 갖추어진 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수어에 대한 연구를 하는 독립된 국가 기관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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