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반자유주의적 좌파의 위협’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분석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적으로 반자유주의적 좌파와 함께 포퓰리스트 우파가 득세하면서 전통적인 자유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도 이러한 세계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자유민주주의는 인류의 진보가 자유로운 토론, 시장경제, 제한된 정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대학캠퍼스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가 불평등,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자신들과 견해를 달리하는 기득권층에 대해서 강한 혐오감을 나타내고 자유토론보다는 힘의 논리를 주장하는 반자유주의적 성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도 양성평등과 인권 그리고 경제적 평등을 지향하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 좌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좌파에게는 자유로운 경쟁과 표현의 자유는 단지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그들은 힘의 논리를 주장하고 아이디어의 힘을 믿지 않는다. 다수의 피해집단과 소수의 기득권층을 편가르기 하면서 적대감을 부추긴다. 그들은 토론보다는 권력을, 과정보다는 결과를, 수단보다는 목적을, 그리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사상가인 밀턴 프리드먼이 말했듯이, 자유보다 평등을 우선시하는 사회는 결과적으로 자유와 평등 모두를 잃게 된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분명히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평등을 외치던 소련의 사회주의는 결국 붕괴하였고, 유럽의 좌파정당들은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거의 모든 좌파적 경제 정책, 예컨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세금 중심의 부동산 정책 등은 모두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저소득층의 생활을 더 어렵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하였을 뿐이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적 실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반자유주의적 좌파 정책이 가져올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기사가 시사하는 바이다.
또한 포퓰리스트 우파의 등장도 자유민주주의의 한 위협요소이다. 이들은 반자유주의적 좌파와 마찬가지로 과학과 이성보다는 종족 감정을 우위에 둔다는 것이다. 지난번 미국 대선에서 부정선거로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도둑맞았다고 믿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양극단의 우파와 좌파는 갈등을 부추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정치가 극단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도 포퓰리스트 우파의 전형적인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국론은 분열되었고, 영국 경제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로운 토론과 설득을 통해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자는 반대자가 틀렸다고 확신할 때조차도 그의 발언의 자유를 옹호하는 관용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자가 되기는 참으로 어렵다. 유럽의 역사에서 종교개혁 이후 자유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개신교 특히 칼빈주의가 중요한 역할을 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가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반자유주의적인 위협을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칼빈주의와 같은 개신교 개혁사상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김완진 장로
• 서울대 명예교수
• 소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