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끊임없는 위기에 직면한다. 역사의 흐름에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는 지도자는 많은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딜레마는 분별력을 요구한다. 분별력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실타래와 같이 얽혀버린 상황을 풀어내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은 지도가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며 도무지 풀 수 없는 수학문제를 예측하지 못했던 공식을 새로 만들어 푸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지도자의 분별력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많은 지도자들이 분별력을 얻기 위해 먼저 ‘상황 분석’에 매달린다. 사람들의 말과 평가에 귀 기울여 주목한다. 필요한 조치들이다. 상황과 사람들과 소통하며 귀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딜레마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분별력은 상황에서 얻어지지 않는다. 여론에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분별력은 지도자 자신의 ‘내면 분석’에서 나온다. 특히 감정을 면밀히 살피는 것에서부터 얻어진다. 우선 자신이 처한 딜레마가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지를 살펴야 한다. 상황을 대처하는 자신의 말들과 어떤 결정이 그릇된 감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는가를 살펴야 한다. 혹 누군가에 대한 미움이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왜 지도자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살피는 것이 분별력을 얻는 첫번째 단계가 되어야 하는가?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팡세에서 “모든 사유는 감정에 항복한다”는 말을 했다. 상한 감정은 모든 합리적 판단을 무너뜨리는 무서운 힘이 있다. 지도자로서 딜레마에 직면해본 사람이라면, 때로 감정에 항복한 사유에 기초하여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뼈아픈 경험이 있는 지도자라면, 깊은 가시처럼 찌르는 말이 될 것이다. 분별이 필요한 상황에서 먼저 분별해야 하는 것은 어떤 상황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다. 자신이 정서 안에서 일어난 감정을 먼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올바른 분별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탁월한 분별력을 얻는 지혜를 솔로몬에게서 얻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에게 질문으로 찾아오셨다. 아무 질문도 없이 ‘네가 왕이 되었는데 분별의 지혜가 필요하니 내가 주겠다’고 하시지 않고 ‘내가 무엇을 주면 좋을까?’라고 질문하셨다. 그것은 지도자가 스스로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 먼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활 속에서 깨닫고 있지 못한 사람은 하나님께서 들어 주시겠다고 해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솔로몬은 왕으로서 다가오는 많은 딜레마에서 판단을 내리는데 가장 필요한 분별의 지혜를 달라고 구했다. 솔로몬의 간구는 분별력을 얻기 위한 우리 마음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겸손이다. 솔로몬은 자신이 왕이 된 것이 하나님께서 과거에 자신의 아버지 다윗에게 베푸신 큰 은혜 때문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겸손을 보여준다. 또한 자신이 왕으로서의 판단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겸손을 보여주고 있다(왕상 3:6-9).
겸손이란 진리 안에서 자신을 정직하게 살피는 것이다. 겸손이란 인간은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한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옳아 보여도 내 생각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나오지 않아도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라면 용기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분별력이 자신 안에 있는 겸손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매우 막연해보이나 가장 실제적인 진리이다. 겸손은 감정을 정화시키며 합리적 판단을 향하여 걸어가게 한다. 위기에 처한 나라와 민족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분별력이 이 시대 지도자들에게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재훈 목사
<온누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