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 부부싸움에도 금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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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공격할 때도 출구는 열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출구나 피할 곳이 없는 도둑이나 개를 쫓다가 화를 당할 수 있다. 상대를 너무 궁지에 몰지 말라는 것이다. 옛말에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다.(궁서설묘)

그래서 쥐를 쫓을 때도 도망갈 구멍은 남겨두고 쫓아야 한다. 부부가 싸울 때도 어리석게 상대를 끝까지 추적해 궁지로 몰고 기어코 항복을 받으려 한다. 그것은 부부가 아니라 정복자의 마음일 뿐이다. 남편이나 아내는 무찔러야 할 적이 아니다. 

“너 죽고 나 살자”거나 “너도 죽고 나도 죽자”라면 그것은 부부싸움이 아니다. 개싸움이다.

부부싸움은 갈등의 해결을 통해 하나로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끝장을 내고 파경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부부싸움에서 상대를 궁지로 모는 것은 극단적이고 단정적인 말투다. 부부싸움에 금도가 있다.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있다. 피붙이를 거론한다든지 상대의 약점을 말하면 안 된다. 막말도 금물이다. 

“당신은 원래 이렇고 이런 사람이야.” “당신은 언제나 그래” “정말 당신은 어쩔 수가 없어.”

이런 말을 들으면 상대의 입에서 문제를 해결할 건설적인 제안이 나올 리 없다. 여기에 대고 상대가 할 말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나도 못된 놈이지만 넌 더 못돼 먹었구나.” 억하심정만 생길 뿐이다.

“그래. 난 원래 그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어쩌라고?”

“왜 당신은 ‘항상’ 양말을 뒤집어놔?” 

“왜 당신은 ‘항상’ 치약 뚜껑을 열어놔?”

“당신은 ‘언제나’ 욕조를 쓰고 청소를 안 하더라!” 

“당신 ‘언제’ 이불 한번 개 봤어?” 

“당신 ‘맨날’ 늦게 들어왔지.” 

“당신 ‘오늘도’ 술 마셨어?”

“당신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왜’, ‘당신’, ‘항상’, ‘언제나’, ‘도대체’ 등과 같은 말들은 지적하고 비난하는 말이다. 상대에게 반발심과 좌절감만 안겨줄 뿐이다. 

게다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느끼는 심리적 현실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쪽은 상대가 늘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쪽은 그것이 비난의 말로 들리게 된다. ‘에이, 어쩌다 한두 번 그런 걸 가지고 되게 그러네. 저는 그런 적 없나?’

이렇게 되면 싸움은 “네가 그랬냐? 안 그랬냐?”를 따지는 유치하고 소모적인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어른 싸움이 아니고 유치원 어린이 싸움 같다. 자녀들이 보아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너랑은 말이 안 통해. 우리 부부는 어쩔 수 없어”라는 절망감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난다. 부부싸움을 단순한 화풀이로 끝낼 일이 아니다. 문제 해결의 방법을 구하는 것이라면 말을 잘 골라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청개구리 같은 심리가 있다. 청소를 하려고 빗자루를 집었다가도 “제발 청소 좀 해라” 하는 소리를 들으면 잡았던 빗자루도 슬쩍 놓아버린다. 

하물며 “넌 언제나”, “넌 항상” 하면서 궁지로 몰아간다면 누가 결점을 고치려 할까? 출구 없는 지적이나 공격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고쳐보겠다는 의지를 초장부터 꺾어버린다. 소통언어가 잘못되니 모처럼 대화를 해보겠다고 시도할수록 싸움판이 된다. 

그러므로 부부싸움을 할 때는 항상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 

지금 왜 부부싸움을 하고 있는가? 이 싸움에서 얻을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먼저 곱씹어야 한다. 지향점 없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싸움은 둘 다 지는 싸움일 뿐이다. 

두상달 장로

 반포교회 

 (사)인간개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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