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느부갓네살 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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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후 교회에 나가면서 구약성경을 처음 접했을 때 흥미로웠던 이름이 느부갓네살 왕이었다. 발음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정복해 대 제국을 세운 군주로서 그의 행적이 매우 잔혹하고 기이했다. 유다왕국을 멸망시키고 백성들을 포로로 잡아가 노예로 삼고 예루살렘을 파괴하는 중에 마지막 왕 시드기야 앞에서 그의 왕자들을 죽이고 왕의 두 눈을 뽑는 야만적인 짓을 저질렀다. 여호와 하나님이 자신을 배반한 민족을 벌하는 몽둥이로 그를 사용하며 아들에게 물려줄 때까지 43년이나 제위에 있게 했음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모반과 암살의 혼란 끝에 페르시아에 멸망당함으로 역사가 정리된다. 

1988년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이 끝나자 당시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고자 세계각국 언론인들을 불러들였을 때 나도 서울주재 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수도 바그다드와 북쪽의 모술 즉 예전의 니느웨성, 남쪽의 바스라 그리고 고대 바빌론 유적지들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곳곳에 후세인의 초상이 큼직하게 걸려있는 가운데 느부갓네살 왕의 전설적 초상도 여기저기 달려있는 것이 보여 집권자 후세인의 야망을 상징하고 있었다. 여러 해 뒤 2003년 미군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은 은신처에서 붙잡혀 나와 재판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뒤이어 ‘중동의 봄’이 찾아와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가 성난 민중의 손에 목숨을 잃었고 이집트의 무바라크도 장기 독재 끝에 반정부 시위로 물러나고 종신형을 받았다가 후에 석방됐으나 병고로 사망했다. 인류의 역사는 여러 나라에서 독재권력이 비참한 종말을 맞는 사례를 수없이 보여주지만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이 오늘도 영구집권을 꾀하며 현시대의 보편적 민주주의 질서를 거부하고 있음을 본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23년째 권좌에 있으면서 급기야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일으켜 세계인의 분노를 사고 세계경제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이번 공산당대회로 3연임을 승인받아 영구집권의 길을 걸어간다. 그는 시정연설에서 무력을 써서라도 대만을 정복할 가능성을 비쳐 세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사람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사랑이요 다른 하나는 권력이다. 권력은 다른 사람을 자신의 의사에 따르게 하는 힘이라 하겠는데 재물도 이를 위한 수단이 된다. 우리가 교회에 다니고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말씀을 듣고 배워 아는 것은 사랑은 화평을 가져온다는 진리이고 권력에 따라오는 것은 미움과 분쟁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역사는 무한한 권력에 눈먼 사람들이 결국 당하고 마는 비극적 최후를 증언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일들이 한 사람의 권력에 대한 욕망에 귀결되는 것임을 발견한다. 이런 것이 마치 민족의 사명인양 포장되어 백성들을 속이고 지지를 끌어내려 한다. 베이징의 중국공산당대회도 마찬가지로 시 주석은 지금 진시황과 제2의 모택동을 꿈꾸며 패권주의에 사로잡혀 미국과 맞서고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민족을 매질하시려고 느부갓네살 왕을 부렸지만 오늘날 푸틴이나 시진핑은 무엇에 쓰시려고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머지않아 그들 스스로 우리에게 그 답을 들려주리라고 믿는다. 정의의 하나님께 다른 목적이 있을리 없으니 오직 준엄한 징벌이 그들에게 다가오리라.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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