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삶의 현장] 목사 청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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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했던 목사의 소천으로 교회는 얼마 동안 침통했다. 그러나 세상을 떠난 목사가 다시 올 리는 없었다. 교회는 새 목사 청빙(請聘)하는 일을 서둘러야 했다. 밖에서는 이 교회가 이제 지도자를 잃고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일고 있었기 때문에 목사 청빙을 빨리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당회는 생각했다. 그러나 어떻게 청빙할 것인가? 목사 밑에서 신앙생활은 했지만, 목사를 청빙하는 입장이 되어보지 못한 나는 목사님이 와병(臥病) 중일 때부터 임시 당회의 사회자가 되어 있었는데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 난감했다. 이 교회는 송 목사가 세우고, 가꾸고, 기른 교회였다. 그리고 교인들은 목회자를 ‘주의 종’이라고 제사장 모시듯이 따르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주의 종’을 그들이 뽑아서 데려온다는 생각을 감히 할 수 없는 교인들이었다.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가 하나님이 보내 주시는 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태도였다. 그런데 이 교회가 속한 미국의 은혜 노회(Grace Presbytery)는 목사 청빙을 매우 사무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목사가 떠나면 또 데려오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당회장 목사가 떠나면 노회에서 임시 당회장을 보내 주어야 정식 당회를 열 수 있다는 것도 잘 모르고 있을 때였다. 정식 당회를 소집할 때마다 노회에서는 으레 임시 당회장을 보내 주었다. 그는 한국어를 못해 방청하고 내가 사회했다. 필요할 땐 서툰 통역도 하면서. 12월 9일 연말 당회 때는 노회에서 3분의 목사가 왔었다. 거기서 우리는 12월 13일 주일에 총회에서 일하는 최창욱 목사를 모시고 성례를 거행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목사 청빙위원을 장로 3, 권사 2, 남 집사 2, 여집사 2, 총 9명으로 하고 이를 인선해 다음 해 월 3일 공동의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것은 노회의 요청이었다. 청빙 위원은 첫째 당회원뿐 아니라 반드시 평신도, 특히 여성회원이 들어있어야 한다. 둘째, 교회가 요구하는 ‘목회자 상’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것은 공동의회에서 여러 교인의 여론을 수렴해야 하고 그 근거서류가 있어야 한다. 셋째, 목사에 대한 보수가 노회에서 요구하는 최저 기준을 만족해야 하며 목사의 보험과 휴가에 관한 규정이 그 속에 명시되어야 한다. 이것을 종합해 ‘교회정보 양식(Church Information Form)’에 맞게 써서 총회의 직업알선처에 제출하면 목사 청빙 공고는 이 양식에 의해 신문에 낼 수 있다. 이런 지시였다. 

한국 교인들의 정서는 목사는 그렇게 사무적인 절차를 거쳐 직원 고용하듯 고용계약을 하고 채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목사는 ‘주의 종’인데 왜 교인들에게 여러분은 어떤 목사를 원합니까? 하고 물어봐야 하는가? 목사는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분이며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하면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당회는 절차에 따라 9명의 목사 청빙 위원회를 구성했다. 

당회의 결의대로 연말에 최창욱 목사를 모시고 성찬식을 한 뒤 그가 귀가하기 전 장로들이 회식하면서 이 교회에 좋은 목사를 한 분 추천해 달라고 말했다. 그분이 추천해준 계 목사는 캘리포니아의 신학교(Claremont School of Theology)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점잖고 아주 설교를 잘하는 분이라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우리는 목사를 서류를 통해 뽑지 말고 그분을 모시고 여전도회 헌신예배 때 설교를 들은 뒤 하나님의 뜻이면 바로 모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듬해 3월에 있는 여전도회 헌신예배에 설교 초청을 하기로 했다. 이것은 후에 노회를 매우 놀라게 했다. 먼저 교회의 청빙위원회가 구성되고 교회가 노회에 교회의 ‘목회자 상’을 비롯한 ‘교회정보 양식(Church Information Form)’을 작성해 제출한 뒤에 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청빙할 목사는 노회의 목사고시에 합격해야 하는데 계지영 목사는 검증도 안 된 목사라고 그들은 당황했다.

오승재 장로 

•소설가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오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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