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사람의 특징은 우선 성미가 급하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나 즉시 하려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 경건하고 의로운 사람은 ‘급절(急切)하지 아니하리로다.’ 경건한 사람은 당황하거나 동요하거나 성미가 급하지 않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작정과 목적과 계획이 영원하고 불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참을성이 없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지름길을 찾고 조급한 마음으로 결과에만 관심을 가진다. 어리석은 사람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 우리는 죽음을 경험한 일이 없으므로 죽음에 대해서 아는 것이 부족하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을 가끔 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글로만 읽어 보았을 뿐이다.
우리는 돌발적이든 서서히 찾아오는 죽음이든 죽음을 만나게 되어 있다. 모든 인간의 숙명이다. 죽음이 찾아오면 모든 것을 세상에 남겨 두고 세상 너머의 저편 세계로 간다. 인간은 누구나 죽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죽음의 순간을 맞는 것은 두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무슨 일을 했든지 간에, 어떠한 지위에 있었든지 간에 죽음에는 차별이 없다. 가장 공평하다. 그의 성격이 아무리 고상하고 선량하든,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인생철학이 어떤 것이든 간에 죽음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머지않아 허무한 모습만 비추어 준다. 평생 동안 죽을 힘을 다해 추구해서 얻은 돈과 권력, 명예는 인생의 종말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효과가 없다. 이런 것을 의지했다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가련한 사람이다. 그는 종말에 대비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기가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도 바울의 아름다운 고백을 가끔씩 읽으며 묵상한다. “나의 떠날 기약이 가까웠도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얼마나 아름답게 맞는 죽음인가! 내 인생을 반석 위에 세우고 있음을 내가 어떻게 확실히 알 수 있는가? 인생 최대의 질문이다. 매일 생각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믿음'(Faith)’이 없는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자보다 더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고요한 시간’(Quiet Time)을 가져야 한다. 깊이 묵상해 보는 시간이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배우고 깨달은 것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 여기 있다. 언젠가는 죽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스스로 물어 보고 답해 봐야 한다.
돌연히 건강을 상실하거나 아름다운 외모가 추해지고 돈과 재산을 잃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나이가 들거나 질병으로 말미암아 육신이 쇠약해지고 정신력도 약해질 수 있다. 내 육신의 모습은 볼품이 없어진다. 늙어감과 뜻하지 않은 질병으로 인해서 모습이 날로 추해지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생각하는 기능이 어느 시간에 정지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나는 지금 인생 어느 시간쯤에 머물러 있으며 무엇에 신뢰를 두고 있는가? 죽음 너머에 있는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살고 있는가? 그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는가?
나는 심판주 하나님 앞에 서야 할 때가 올 것을 알고 있다. 이를 준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리석은 자는 이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혜로운 자는 이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지혜로운 자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 이는 하나님을 친밀하게 부르는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내 인생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는 믿음에 기초한 아름다운 고백이다. 어리석은 자는 이와 같은 고백이 없는 자이다.
김용관 장로
<광주신안교회·한국수필문학가 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