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청빈과 경건의 사람 < 4> 영암교회의 목회 ③
영암교회, 평화스럽고 가족적 분위기
매년 교회행사 다채롭고 색다름 돋보여
바자회 완판 통해 ‘할 수 있다’ 자신감
소년단운동…봉사 통해 인격도야 계기
이것은 지나간 10년 동안에 본 교회를 거쳐 나가신 교역자와 성도들의 수고에 보답하려는 정성이며 동시에 영암 제단에서 자라는 젊은이들이 앞으로 의 10년 동안에 또 하나의 믿음의 역사를 한국 교회사에 기록해 주시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시도한 것입니다.
이 작은 기록이 본 영암교회뿐 아니라 한국의 수많은 성찬식구들에게 경건한 미소를 전해 드릴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1964년 11월 15일
영암교회는 그 당시 어른이 370여 명 모이는 작은 교회였지만, 평화스럽고 가족적인 분위기는 영암교회 성찬 식구들의 기쁨인 동시에 영암교회를 아는 여러분들이 부러워해 왔음을 부인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당회를 모일 때면 오래 그리던 친구들이 모여 앉은 것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큰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흘러 나왔고 헤어지기가 아쉬운 듯이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였다.
당회뿐 아니라 제직회 역시 얼굴을 붉히거나 큰 소리가 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고, 늘 협조적이고 건설적인 의견만이 교환되었고 종합되어 결의 되었다.
1년 교회 행사 프로그램은 해마다 조금씩 색달랐다고 볼 수 있고 늘 다채롭고 다사다난했던 듯 싶다. 봄철에 야외 예배가 있었고, 가을에는 전체 교우가 운동회를 가지곤 했다. 그런 기회에 그가 목사로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가정은 인가귀도되지 않은 가정에 대해서였었다. 평상시에는 교회 출석을 잘하지 못하는 가족, 특히 여 집사님들의 남편 되시는 분들이 이 하루 만은 꼭 같이 참석해서 같이 즐기고 교회 식구들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대광중·고등학교는 영암교회와는 지역적으로도 가깝고, 또 중·고등학교와 초등학교 직원들 중 여러분이 영암교회의 장로님들이요 제직인 관계로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이창로 교장선생님은 영암교회 행사에 늘 장소를 제공해 주셨다.
1967년 10월, 영암교회는 대광학교를 빌려 운동회와 바자회를 가졌었다. 영암교회 여전도회원이 총동원되어 그날 600여 명의 대가족에게 점심 (떡, 장국밥, 국수, 라면을 만들어 팔았고, 2개월 동안 준비하여 만들어 낸 편물과 수예품과 각 가정에서 한 가지 물건씩 내놓은 기증품들이 바자회의 물품이었다.
황 목사는 물건값이 좀 싸야 된다고 하면서, 우선적으로 다른 교회 교인들이 살 수 있도록 하고 남는 것을 우리 교우들이 사도록 하라고 사전에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바자회 테이프를 끊는 순간 물품들은 날개가 돋힌 듯 모조리 다 팔리고 말아, 본 교회 성도들은 한 가지도 살 수가 없었다. 그 날의 바자회 목표는 수입 전부를 개척교회 건축비로 보내는 것이었다. 수입도 물론 좋았지만 우리 여전도회 회원들이 힘을 합해 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다. 또한 일한 수고 뒤에 오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함께 경험한 것도 큰 소득이었다. 1969년 봄에는 10주간에 걸쳐 생활학교를 경영했던 일이 있었다. 그 일은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교회가 이바지하고자 하는 뜻에서 시작되었는데, 황 목사는 <영암 생활학교 안내>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더 나은 생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 리 구차한 살림에서도 생활의 멋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인생에 더없는 보람이 될 것입니다.
영암교회에서는 이 지역사회에 조그마하나마 생활학교를 열어서 구겨진 우리네 살림에 새로운 기풍을 일으켜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같은 바탕과 자료를 가지고도 생활하는 태도에 따라서는 더 나은 더 보람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 자그마한 시설과 가르치려는 선생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셔서 함께 배우고 또 의논해 봅시다. 아는 것이 힘이요, 배우는 것이 생활의 자본입니다.
시간표 작성에 있어서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교양과목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작성했다.
강사는 대부분 교회 안에 있는 인재들을 발굴했고, 특강 몇 시간만 외부에서 강사로 모시도록 했다. 선생들은 모두 바쁜 자기 시간을 할애해서 교회 일에 협력한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가르쳤다. 같은 교회 식구로서 몇 해를 함께 지내면서도 서로 잘 몰랐던 재능과 능력으로 그들은 봉사했고, 그러한 재능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의의있는 일이다.
또한 교회 식구와 믿지 않는 동네 부녀자들이 함께 모여 즐기며 공부할 수 있었던 일은 그리스도의 사랑의 씨를 조금이라도 뿌릴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남들이 말하기를 황 목사는 기독교 교육에 조예가 깊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 자신은 항상 미안하게 생각해 왔다. 언제나 시간에 쫓기다 보니까 1년에 몇 번 밖에는 중고등학생들과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해 줄 기회를 얻지 못했고, 뒤에서 의논해 드리는 정도 외에 직접 관여해 드리지 못하는 점을 늘 미안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 책임자와 선생님들이 성심껏 꾸준히 노력하고 봉사해 왔으므로 교회학교는 아주 모범적으로 또한 재미있게 발전되어 나갔다. 그분들은 당회가 기독교 교육을 중요시하고 잘 협력해 주는 데 대해 안도감을 지니고, 그저 자기네들 소신껏 열심히 충성을 다해 나갔다.
1968년도에 영암교회 소년단이 조직되었다. 그는 어렸을 때 소년단원으로서 산 속을 헤매며 자연 속에서 예배드릴 때에 얻은 감명을 늘 귀하게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이러한 소년단 운동을 통해서 소년들 자신이 신앙 내용의 사회적 구현인 봉사를 가장 능률적으로 발휘하게 함으로써, 사회와 교회에 덕을 끼치는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사이에 인격 도야가 되는 효과적인 소년 운동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김희보 목사
· ‘人間 황광은’ 저자
· 전 장신대 학장
· 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