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의 모교회로 불리는 부산진교회서 부목사를 사임하고 현재 은혜교회를 기장에 개척했다. 은혜교회라 이름한 것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내 삶의 고백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교회 이름이 어딘지 구식에 이단들이 쓰는 이름 같다는 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혜교회라는 이름보다 더 좋은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 이렇게 설립된 은혜교회는 은혜의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로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어떤 부부는 울산에서 기장으로 이사오면서 섬길 교회를 인도해 달라고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보여주셔서 찾아오기도 했고, 어떤 부부는 은혜교회를 섬기도록 마음에 감동을 주셔서 찾아오기도 했다.
첫 예배를 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아 15명 정도가 모여 예배하는 은혜를 받았다. 감사와 놀라움 그리고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생각지도 못한 만남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복음이 뻗어가게 되었다. 어느 날 지인을 통해 관내에 있는 특수학교의 설립자를 소개받게 되었고, 설립자는 내게 장애학생들도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며 기도를 받으면서 성장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당장 주일부터 차량을 운행해 장애우들을 데리러 갔다. 7-8명 정도를 데려오는데 어부가 만선해 돌아오는 것처럼 기쁘고 감사했다. 하지만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장애우들은 예배시간에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자기들끼리 장난치고 소리를 내기도 했다. 보통 성도들이 생각하는 예배시간에 맞지 않는 그들의 행동으로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한 교우들은 그들의 그러한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돕고 함께 식사하면서 그들을 섬겼다. 교우들의 마음이 그들에게 전해졌는지 장애우들도 어느 사이엔가 교우들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열린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새가족으로 교회에 오셨던 분 중에 일부가 병신들이 있는 교회 나가기 싫다고 하면서 교회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 죄인이고, 어떻게 보면 장애우들의 심성이 우리보다 더 순전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만으로 판단하고 교회를 외면하는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다.
개척하면서 함께 했던 장애우들은 이제 15년이 지나면서 성인이 다 되었다. 처음처럼 분주하지 않고 소리내지 않고 예배에 집중하며 찬송을 곧잘 부른다. 그들의 얼굴에서 주님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이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뜻하신 목적이 있는 줄 믿는다. 목양의 길은 분명 한 영혼을 구원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그렇지만 진리의 복음을 배척하고 부정하는 경우에는 겸손히 주님 앞에 나오는 영혼을 우선해야 함을 깨닫곤 한다. 모두 구원받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만 주장한다면 그 영혼은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길 잃고 불쌍한 영혼 곁에 주님의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이 목양의 길 아닐까?
강중석 목사
<부산일광은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