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목회자의 작은 섬김, 한 영혼 변화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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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정신지체 3급 장애인 집사님이 교회에 등록하셨다. 해운대에 있는 큰 교회를 다니시다가 다른 분의 소개로 교회에 오셨는데 50대 후반이셨다. 집사님은 부산광역시에서 헌혈을 세 번째로 많이 하신 분이시다. 그래서 구청장 부산시장 한국적십자사총재 보건복지부장관상까지 수상한 이력이 있었다. 당신의 생활이 어려우심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앞장서셨다. 부산 말로 하면, ‘하고잡이’셨다. 기초수급권자로 사시면서도 십일조는 하나님의 것이라면서 물질을 구별해 하나님께 드릴 줄 아셨다. 여름철 장마로 수해가 난 지역이 있다면, 한쪽 다리가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성실하게 봉사하셨다. 

어느 날 부산대학교 학생 몇 명이 집사님과 함께 교회를 찾아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집사님이 헌혈을 많이 하셨기에, 짧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녹화를 위해 왔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집사님에게 헌혈을 이렇게 많이 하셨는데 헌혈을 통해 받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집사님께서 놀라운 대답을 하셨다. 나는 속이 좁은 마음으로 헌혈하는 사람들에게 적십자혈액원에서 제공하는 감사의 선물이나 물품을 대답하실 줄 알았는데 집사님은 마치 언제든지 대답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것처럼, 자신이 헌혈을 통해 받는 것은 사랑이라고 하셨다. 거의 2-3주에 한 번 꼴로 헌혈을 30여 년 동안 해오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망치로 맞은 것처럼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다시 하나님의 은혜 앞에 무릎을 꿇고 감사하게 되었다. 

기초수급자로 생활하시는 집사님의 생활을 돕기 위해 LH행복지원사업에 신청해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도록 도와드리고 일상을 지내던 어느 날 군청에서 그동안 지원한 수급자 생활비를 환수하고, 즉시 수급자에서 제외 되었다는 통지였다. 사정을 들어보니 집사님의 어리숙함을 누군가 이용해 수급자인 집사님의 명의로 작은 용달차를 구입해 등록했던 것이다. 기초수급자는 일정 기준 이상의 자가 용달을 운행하면 안 되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어 환수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그 금액이 무려 1천500만 원 정도였다. 그동안 수급비로 생활해 온 집사님이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집사님과 함께 용달차를 실제 운행하고 있는 지인을 찾아갔다. 찾아가서 군청에서 온 통지서를 보여주면서 사용자 앞으로 즉시 명의이전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명의이전된 자동차등록증을 군청 담당자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환수 명령 이의신청 절차에 들어갔다. 집사님이 장애인으로서 운전면허증도 없고 다른 사람의 기망에 의해 된 일이라 호소하고, 그동안 집사님이 헌혈을 통해 사회에 봉사한 내역과 수상한 표창장을 첨부해 환수 명령을 취소해 줄 것을 탄원서로 제출했다. 군청 사회복지심의위원회가 열렸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부과했던 수급비 환수 명령은 취소 처분되었다. 집사님의 이 일을 교우들과 함께 공유하고 기도하면서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일이 잘 해결되었다. 공무원의 말에 의하면 환수 명령을 취소한 예가 군에서 처음이라 했다. 목양의 길은 교우들의 실제적인 삶의 문제까지도 때로 도맡아 하는 사역이라 할 수 있다. 나비가 기후에 영향을 준다는 나비효과처럼 목회자의 작은 섬김이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고 복된 길로 인도한다. 

강중석 목사

<부산일광은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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