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호주 정부를 대표해서 원주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러드의 노동당은 2007년 11월 24일 제42대 호주 연방 총선거 승리로 하워드 총리의 11년 보수 연합 정부를 이었다. 러드 총리는 12월 3일에 제26대 총리로 취임하면서 기후 변화, 원주민 인권, 교육 혁명 세 가지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러드 총리는 취임 선서에서 원주민과의 화해를 강조했다. 러드는 “모든 호주인을 위한 총리”가 될 것을 강조하면서 특히 원주민을 위한 총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러드 총리는 취임 선서를 마친 직후, 총리로서 첫 번째 공식 행위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교토 의정서 비준서에 서명했다. 이전 하워드 총리가 거부한 정책을 뒤집은 상징적인 조치였다.
2008년 2월 13일, 러드 총리 취임 후 첫 번째 개회한 제42회 연방의회는 원주민 환영 의식으로 시작했다. 원주민과의 화해를 상징하는 제스처였다. 원주민 응감브리 부족 마틸다 하우스 장로가 ‘웰컴 투 컨드리’ 의식을 집전했다.
같은 날 러드 총리는 원주민에게 사과 연설을 했다. 과거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원주민의 깊은 슬픔과 고통, 상실에 대해서 사과하면서 특별히 ‘도둑맞은 세대’를 언급했다. 원주민 대표가 사과 수용의 의미에서 러드 총리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행사에 참석한 야당 지도자 브란든 넬슨도 함께 선물을 받았다. 여야를 초월해서 국가의 역사적 전환을 선언하는 상징이었다.
총리의 사과 연설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날 캔버라의 연방의회 광장은 사과 연설을 듣기 위해서 몰려든 군중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호주 전역으로 TV 방송을 통해 사과 연설을 생중계했다. 주요 도시마다 설치된 야외 전광판 앞에서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학교, 직장, 주정부와 지방정부 청사, 지방자치단체 시설마다 일손을 놓고 모여서 사과 연설을 들었다. 가히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꼭지점이었다.
총리의 사과는 원주민 단체들이 정부에 공식 조사와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결과 이루어졌다. 1997년에 호주 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가족에게 데려오기’(Bring them home) 보고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보고서의 정식 명칭은 ‘가족과 분리된 호주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제도 아동에 관한 국가 조사 보고서’로 1997년 5월 26일에 연방의회에 제출했다. 1990년대 국가적 진실 규명의 산물이었다.
보고서는 1910년부터 1970년대까지 백호주의 정책으로 가족에서 강제로 격리당한 도둑맞은 세대의 실상과 고통을 기록했다. 524쪽에 달하는 장문의 보고서는 상처 치유를 위한 54개 조항의 구체적인 권고도 담았다. 호주 시민들은 보고서를 제출한 날을 ‘국가 사과의 날’로 지키고 있다. 사과의 날은 보고서 권고 사항의 하나였다. 5월 26일부터 6월 3일까지 ‘국가 화해 주간’으로 지키며 다양한 화해 행사를 열고 있다.
2000년에는 시드니 하버 브릿지에 약 25만 명의 시민이 모여서 원주민과 화해를 지지하며 행진했다.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각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도둑맞은 세대 생존 피해자들에게 현금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정신적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전문 기관 치유재단도 설립했다. 보상액은 주마다 다르지만 7만 5천 달러에서 10만 달러 사이였다.
러드 총리의 ‘국가적 사과’(National apology)는 호주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순간의 하나였다. 총리는 20분에 걸쳐 사과문을 낭독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연설을 20분 가량 추가했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